[단독] 내년 중앙동 이주하는 기재부, 이전 비용 공개 거부

“예비비 지출 이유 이해할 수 없어”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조감도

내년 2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으로 이주하는 기획재정부가 이전 비용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에 “곤란하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비 지출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게 돼 있기 때문에 올해 예비비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비비 사용을 빌미로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을 제때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중앙동 이전 비용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예비비 지출은 헌법 및 국가재정법에 따라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돼 있어, 당해 연도의 예비비 배정·집행 내역 공개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국가재정법 제52조는 ‘정부는 예비비로 사용한 금액의 총괄명세서를 다음 연도 5월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올해 예비비 편성·집행 내역은 밝힐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예비비 지출안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가 그간 예비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예정처는 지난해 10월 ‘2022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자료에서 “해당 법 조항들은 정부가 예비비 사용에 대해 차기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지, 당해연도 예비비 사용의 기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사비용이 100억원에 달한다고 알고 있는데, 깜깜이 예산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궁금하다”며 “정부 예산안이 편성되기 전에 이전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예비비를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동 입주기관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은 2020년 4월부터 이달 말까지 3452억원을 들여 신축 중으로, 내년 2월 기재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할 예정이다. 두 기관이 사용 중인 4동과 17동에는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사혁신처가 내년 5월까지 차례로 입주한다. 외부에 있는 기관이 바로 중앙동으로 이주하면 비용을 한 번만 쓰면 되는데, 기재부와 행안부가 중앙동으로 가면서 이주 비용이 중복 발생하게 됐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기재부와 행안부가 다른 중앙 행정기관에 비해 방문객이 많고, 부처 연계성이 높아 기준에 충족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1인당 방문객 수를 조사한 기간이 예산안 협의 기간인 4~6월인 데다가 기재부, 행안부, 과기부, 인사처 등 4개 부처만 대상으로 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예산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재부가 중앙동 입주 과정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조직을 가진 행정부와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 등 힘 있는 기관들이 신청사에 입주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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