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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인 1만5천명…‘11시간 일하고 1만원 번다’

하루에 12.3㎞ 이동… 시급 ‘948원’
지자체 차원의 보호 장치 필요 목소리 나와

국민일보DB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이 전국에 약 1만5000명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하루 11시간이 넘는 장시간 고된 노동 끝에 손에 쥐는 일당은 1만428원에 불과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받아 5일 공개한 보고서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배재윤·김남훈)를 보면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최소 1만4800명에서 최대 1만5181명에 이른다.

그간 폐지수집 노인의 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그 규모가 집계된 것이다.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80개 단체가 실시한 폐지수집 노인 조사 결과와 인구·기초생활수급자 수 등을 바탕으로 추산했다. 이는 폐지 수집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의 수로, 소일거리로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여유 시간에 폐지를 줍는 노인을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 10명에게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를 지급한 뒤 각자 6일간 활동 실태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모두 743㎞를 움직여 677시간을 일해 64만2000원을 벌었다.

폐지 1㎞당 값은 올해 2월 기준 120원 수준이다. 폐지 값을 잘 쳐주는 고물상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까지 포함한 결과 1명이 하루 평균 11시간20분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보다 더 많은 폐지를 줍기 위해 새벽에 일을 시작해 저녁까지 일한 것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12.3㎞를 움직여 1만428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시급으로 보면 948원에 그쳤다. 올해 최저임금 9160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 환경 또한 매우 열악했다. 제때 식사를 못 하거나 아예 끼니를 걸렀다. 리어카에 폐지를 겹겹이 쌓고 다니는 만큼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서 일할 수밖에 없어 사고 위험도 컸다.

지역별로는 경기(2782명)와 서울(2363명)에 가장 많았다. 경남(1234명)과 대구(1072명), 경북(1016명), 인천(919명), 부산(848명), 전북(731명), 충남(685명), 전남(619명), 충북(586), 광주(577명), 강원(456명), 울산(452명), 대전(420명), 제주(146명), 세종(49명)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폐지수집 노인이 전체 폐지 발생량의 7.9%, 전체 재활용량의 16.8%를 감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실적으로 폐지수집 노인이 접근할 수 있는 도시지역으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각각 28.4%와 60.3%까지 커진다.

연구진은 공공부문이 폐지수집 노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폐지수집 노인들에게 폐지를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하거나 이들을 위험도가 낮은 다른 일자리에 연계하는 사회적 기업 사례를 언급했다.

강선우 의원도 “노인들이 폐지를 줍지 않고도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국가 지원이 시급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 연계, 국비·지방비 직접 지원을 통해 이들의 수입을 보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형 일자리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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