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도 유럽 정치인도 ‘싹둑’…이란 여성 연대 확산

프랑스 배우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며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줄리엣 비노쉬, 이자벨 아자니,마리옹 코티야르.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사망한 여성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서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 배우와 정치인도 삭발 연대로 시위에 나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배우인 이자벨 아자니는 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직접 잘라내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던 줄리엣 비노쉬는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영상과 함께 “이란 여성과 남성의 자유권을 위한 연대”라고 적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프랑스 배우인 마리옹 코티야르는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남성들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합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이라크 출신인 아비르 알살라니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 의회 연단에 올라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라고 말하며 연단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던 도중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란 정치학자 도르나 자반은 AP통신에 “이란에서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히잡 의무에 저항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영상의 확산은 이란 여성들의 싸움에 국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방법이다”고 평가했다.

이란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풍습은 애도나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 도중 숨진 남성의 누이가 장례식에서 울면서 머리카락을 잘라 관에 뿌리는 영상이 퍼졌다. 이로 인해 삭발 의식이 반정부에 대한 저항과 시위 연대의 의미를 담아 서방까지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에서는 이날 수백명이 캄피돌리오 언덕에 모여 “여성·삶·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란 시위대를 향한 지지를 보냈다. 또 로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AXXI)은 관람객들에게 이탈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에 보낼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는 이슬람 통치 체제의 억압과 부패한 지도층에 대한 분노로 튀어나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번 시위로 목숨을 잃은 시민은 최소 133명에 달하고 체포된 이는 2000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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