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도 넘어 범죄”… 스토킹 피해에 기막힌 문자까지

MBC 화면 캡처

“짝사랑도 도가 넘어가면 범죄가 되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문자 내용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구속된 이후로도 “아들을 용서해달라”며 합의를 종용하는 가해자 부모의 연락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6일 MBC는 병원 물리치료사 A씨가 환자였던 30대 남성 B씨에게서 수십 차례 스토킹 피해를 입은 데 이어 가해자 가족으로부터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해자 부모 ‘합의’ 종용에 고통

MBC 화면 캡처

A씨는 B씨가 구속된 이후로도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연락이 매일매일 왔다. 밤 9시반부터 11시까지 부재중 통화가 9통 넘게 왔다”고 말했다.

B씨 부모가 집중적으로 보낸 문자메시지에 A씨는 더욱 기가 막혔다. B씨 부모는 “아들이 악한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만이라도 참작해 조금이라도 선처를 바란다” “피해자를 며느릿감으로 점지했던 자신이 문제였다” “아들은 인물은 없어도 착한 아이”라는 식의 문자를 보내왔다.

B씨 어머니는 A씨 상사인 병원장과 가까운 지인 사이였는데, 사건 이전부터 A씨와 결혼 여부를 물어보고 사주까지 보게 했다고 한다.

A씨는 “가해자 어머니가 가해자와 똑같이 저에게 스토킹을 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스토킹을 두 명한테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연락은 10여 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결국 A씨는 “한 번만 더 연락하면 신고하겠다. 합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답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호사로부터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 “전화나 문자를 달라”는 연락이 왔다.

가해 남성, 몰래 집에 들어와 속옷 들고 사진
MBC 화면 캡처

처음 환자로 만났던 B씨는 A씨만 지정해 치료를 받더니 점점 선을 넘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어디 가고 싶으면 나를 불러라” “집에 조명 같은 게 꺼지면 불러라”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 이에 부담을 느낀 A씨가 예약 요청을 피하면서 노골적인 스토킹이 시작됐다.

지난 7월 말에는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A씨 집 근처에 왔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억지 좀 부리겠다” “기다리겠다”며 A씨에게 만나달라고 강요했다.

B씨 범행이 덜미를 잡힌 건 지난 8월. B씨는 A씨 주거지에 몰래 침입했다가 집을 찾아온 A씨 가족과 마주쳤다. 그대로 달아난 B씨는 열흘 뒤 체포됐다. A씨 가족은 “열쇠로 여는데 문이 안 열렸다. 현관문 쪽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지난 6~8월까지 A씨 집을 13차례 주거침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창문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 집안을 찍고, 천장 쪽 배관에 휴대전화를 올려 촬영을 시도했다고 한다. A씨의 속옷을 뒤지기도 했다. A씨는 “저희 집 전신 거울에 제 XX를 입고, 제 속옷을 들고 셀카 전신 샷을 찍은 게 나왔다”고 전했다.

스토킹 횟수는 최소 20차례였다. B씨는 A씨의 병원은 물론 집 앞 골목을 찾아가 기다렸다가 몰래 촬영하거나 A씨가 다니는 학원 등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A씨가 씻는 시간, 휴대전화 잠금 패턴뿐만 아니라 민감한 신체 정보까지 적혀 있었다.

스토킹 혐의로 구속기소된 B씨는 최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B씨 측은 재판에서 A씨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친 게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MBC 인터뷰에서 “제 속옷을 만지고 사진을 찍고, 이걸 어떻게 피해가 아니라고 하느냐”며 “저희 엄마랑 오빠가 아니었으면 저는 그날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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