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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계 첫 고준위 방폐장 가동 앞둔 핀란드, 40년 장기 프로젝트 성공 배경은

전국민적 신뢰·투명한 운영·철저한 안전 관리가 ‘세계 최초’ 만들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에 있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현장 모습. 심희정 기자

차를 타고 좁고 긴 동굴로 10분가량 들어가니 귀가 먹먹해졌다. 이곳은 420m 지하. 100년 후면 콘크리트와 완충재 벤토나이트로 채워져 봉인될 곳이다. 사용후핵연료 약 6500t이 이곳에 영구 처분된다. 세계 최초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 시설 ‘온칼로(Onkalo)’가 3년 뒤 가동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차량으로 3시간가량 떨어진 올킬루오토를 찾았다. 올킬루오토 원자력발전소 1~3기와 폐기물 임시저장소, 방폐장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가장 최근 건설된 올킬루오토 3기는 다음 달 말부터 가동 예정이다. 1~3기가 모두 가동을 시작하면 핀란드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의 3분의 1 가량이 이곳 올킬루오토 원전에서 생산된다. 핀란드 전력량의 35%는 원자력 발전이고, 바이오매스 20%, 수력 18%, 석탄 12% 등의 비중으로 구성된다. 핀란드는 2035년까지 모든 화력 발전을 중단하고 원전과 풍력, 태양광 발전 등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온칼로 방폐장은 핀란드 국영 원자력발전기업 포툼(Fortum)과 테올리수덴 보이마(TVO)가 공동으로 소유한 폐기물 관리기업 ‘포시바(Posiva)’가 운영한다. TVO가 60%, 포툼이 40%의 지분을 갖고 공동 운영한다. 포툼은 로비사 1·2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운영되는 원전은 총 5기다.
파시 투오히파 TVO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지난 1일 방폐장이 건설 중인 지하 터널에서 폐기물 저장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1983년 방폐장 논의 시작한 핀란드, 기술·인내로 성과
온칼로 방폐장 건설은 40년이 넘게 걸렸다. 1983년 방폐장 논의를 시작한 핀란드는 2001년 부지를 확정했고 2015년 핀란드 정부로부터 처분 시설 허가를 받은 뒤 이듬해부터 건설을 시작했다. 내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5년 최종 처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온칼로 방폐장에는 TVO의 원전 3기, 포툼의 원전 2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전부 저장된다. 폐기물은 40년 동안 임시저장소에서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한 뒤, 60년 동안 방폐장에 보관된 뒤 영구 처분된다. 방폐장 운영에 드는 비용은 초기 9억 유로, 1년에 4000만 유로씩이다. 파시 투오히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지난 45년간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 이윤에 비하면 3%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방사성 폐기물 저장에 특별히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캡슐에 밀봉된 뒤 지하에 매립된다. 구리 소재 용기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어 완충재 벤토나이트로 밀봉한 뒤 옮겨진다. 지상의 캡슐화 공장은 2015년 정부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은 뒤 2019년 9월 건설을 시작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캡슐화 공장에서의 공정은 대부분 기계로 진행된다.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하는 작업인 만큼 작업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캡슐화 공장에서 구리-강철 캐니스터 안에 고준위 방폐물을 밀봉한 후 지하 터널로 옮겨 최종처분한다.
사용후핵연료가 캡슐화 공장에서 밀봉되는 과정이 전시된 모습. 심희정 기자

현재 온칼로 방폐장은 연료봉 ‘더미’를 통해 폐기물이 안전하게 처분될 수 있는지 테스트 중이다. 폐기물이 담긴 캐니스터를 넣을 터널을 재현한 ‘데모 터널’에서 온습도와 압력을 테스트한다. 이 작업만 4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터널은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구불구불하고 좁게 뚫는다. 포시바에서 일하는 지질학자 요한나 한센은 “현재 터널은 5개가 지어졌고, 이 터널은 203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후 필요한 터널들은 그때그때 짓게 된다”며 “안정성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계획된 대로 터널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적 신뢰 배경은…안전에 대한 믿음
방폐장 건설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핀란드는 전 국민의 11%가량만 방폐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고, 녹색당도 원전 지지 선언을 했다. 원전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도 신뢰를 키웠다. 파시 매니저는 방폐장과 관련한 250개가량의 논문이 방폐장의 안전성을 보증한다고 설명했다. 빙하기가 오더라도 방사성 폐기물은 지하 450m 아래에서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 모습. 심희정 기자

한국은 아직 방폐장 건설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 계획이 만들어졌고, 37년 뒤에는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발생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건물 안 수조에 보관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용량이 초과하면 다른 저장 수조 또는 건식 저장시설로 운반해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저장 수조의 용량이 포화하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2031년에는 고리·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2032년 한울, 2044년 신월성, 2066년 새울 원전 등이 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향후 13년 내에 부지를 확보하고 20년 내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한 뒤, 37년 내에는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같은 곳으로 입지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부지 선정에는 부지 적합성 기본 조사, 심층 조사, 주민 의사 조율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핀란드 역시 4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부지 선정과 정부 승인, 지역 주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과 관련해 지난달 핀란드 정부와 정책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처분 기술 개발과 관련한 기술 교류, 공동 연구개발(R&D) 등에 대해 논의한 뒤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킬루오토(핀란드)=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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