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구청, 인파 사고 우려하고도 당일 ‘엉터리’ 현장 확인

내부 문건 “대규모 인파 사고 우려”
현장 확인반 꾸렸지만 인파 보고 없어
참사 당일 오후 7시30분 마지막 확인

용산구청이 지난달 28일 작성한 '2022년 핼러윈 데이 현장 확인 계획' 문건. '이태원 대규모 인파 밀집으로 사건 사고 발생 우려'라고 적혀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용산구청이 이태원 핼러윈 데이 행사를 앞두고 군중 밀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현장 확인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현장 확인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오후 7시30분쯤 마무리 됐고, 인파와 관련한 특이사항은 보고되지 않았다. 구청이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데 이어 참사 당일 취했어야 할 책무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외에 부구청장 등 구청 간부들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용산구청 내부 문건에 따르면, 용산구청은 참사 전날인 지난달 28일 ‘2022년 핼러윈 데이 현장 확인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계획은 감사담당관이 수립했다. 현장 확인 계획을 수립한 배경으로는 “핼러윈데이 전후 이태원 대규모 인파 밀집으로 사건 사고 발생 우려”라고 적혀있다. 구청 차원에서 대규모 군중 밀집 위험성을 우려하면서 대책까지 세웠던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구청은 2인 1조로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총 3일간 6명의 현장 확인반을 편성했다. 운영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다. 현장 확인반이 도보 순찰을 통해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임무로 적혀있다. 하지만 참사 전 구청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 내역은 없다. 또 구청은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일대를 포함해 모두 5곳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몰릴 지역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셈이다.
용산구청이 핼러윈 데이 현장 확인을 마친 뒤 결과를 보고한 문건. 참사 당일 오후 7시30분 마지막으로 현장을 확인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현장 근무반이 실제 근무를 마친 뒤 작성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참사 당일 현장 확인반은 오후 7시30분에 마지막으로 현장을 확인한 뒤 근무를 마쳤다. 당시 근무조는 “이태원역 환풍구에 사람들이 앉아 위험하다”며 안전재난관에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기재돼있다. 그 밖에 인파 관리 필요성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 인파 사고가 우려된다는 첫 112신고가 접수됐었다. 계획서 상 근무 시간은 오후 8시까지다. 그럼에도 참사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현장 확인반이 오후 10시까지 이태원역 일대를 점검했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을 상대로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사전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사후 대응 과정은 적절했는지 등 구청의 역할 전반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박희영 구청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유승재 부구청장,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 등 관련 부처 간부들이 줄줄이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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