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첫 여성 사장 등판… ‘최장수 CEO’ 차석용 부회장 용퇴

LG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물러나게 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과 그룹 첫 여성 사장으로 LG생건 대표이사를 맡게 된 이정애 사장. LG생건 제공

18년 동안 LG생활건강을 이끌어 온 차석용(69)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물러났다. LG생건 대표이사로는 그룹 최초 여성 사장으로 승진한 이정애(59) 부사장이 맡게 됐다. 올 한 해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LG생건은 수장 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 부사장을 대표이사(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1986년 LG생건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해 LG그룹 최초의 여성 사장이 됐다.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 사장은 2015년 그룹 공채 출신 최초로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부사장 승진 이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중국에서 LG생건의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해 온 ‘후’ ‘숨’ ‘오휘’ 등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는 음료사업을 맡아 코카콜라, 씨그램, 몬스터에너지 등의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두루 지냈다.

이번 LG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차 부회장의 재신임이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17년 동안 실적을 경신해 온 LG생건이 올 들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차 부회장의 용퇴가 조심스레 관측됐었다. 당초 차 부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은 2025년 3월 28일까지였다.

차 부회장은 2005년 1월 1일 LG생건 대표이사에 오른 뒤 약 18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취임 이후 매년 실적을 경신하면서 LG생건의 성장을 이끌어 온 일등 공신으로 꼽혀왔다. 코카콜라음료·다이아몬드샘물 등 음료사업 부문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했다. 더페이스샵·CNP코스메틱스·피지오겔 등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부문에서도 덩치를 키웠다.

LG생건은 차 부회장 취임 후 특히 중국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승승장구했었다. 하지만 올해 중국의 봉쇄조치가 장기화한 데다 원자재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 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17년 연속 성장이라는 ‘차석용 매직’도 올해 초 멈췄다.

LG생건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한 5조3780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5822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음료 사업부문 매출은 성장했으나 화장품 사업부문 실적이 저조했다. 3분기까지 화장품 사업 누적 매출은 2조3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 줄었고, 영업이익은 66.6% 감소한 2299억원이었다.

중국 ‘광군제’에서 실적도 예전 같지 않으며 4분기 전망도 어둡다. LG생건은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 등으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생건은 이번 인사에서 일본 법인장을 맡은 오상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뷰티 사업부장으로 보임했다. 하주열 전략부문장은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고, LG경영개발원 권순모 상무가 정도경영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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