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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하와이 사진신부들의 우정과 모성애

12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시뮤지컬단의 중년 여성 마케팅 호조

서울시뮤지컬단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1920년 일제 강점기 경남 김해의 작은 마을 어진말. 부산에서 온 중매쟁이가 미국 하와이에 간 한인 이민 1세 남자들이 신붓감을 찾는다며 사진을 내놓는다. 의병 활동으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와 사는 가난한 양반집 딸 버들과 결혼하자마자 과부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홍주, 무당 손녀라는 이유로 돌팔매질을 당해온 송화는 저마다의 꿈을 갖고 하와이로 향한다. 18살 세 소녀는 바로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떠난 조선 남자들이 고국에서 짝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중매 혼인 풍속 ‘사진신부’가 된다.

하지만 세 소녀를 비롯해 사진신부들은 지상낙원인 줄 알았던 하와이에서 잔인한 현실에 직면한다. 신랑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데다 뜨거운 태양 아래 중노동을 하는 바람에 더 늙어 보였다. 사실상의 ‘사기 결혼’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일제의 착취에 시달리던 식민지 조선보다는 나았지만, 당시 이민자들은 농장주 밑에서 고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신부들은 결국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가족을 일구고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12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은 사진신부가 된 세 여자의 삶을 그린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화한 것이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 가운데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룬 ‘유진과 유진’은 이 작품에 앞서 대학로에서 공연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장편 소설을 무대화하는 만큼 이번 작품은 각색 과정에서 원작과 다른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버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원작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세 여자의 우정과 연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원작에선 버들과 홍주에 비해 다소 작게 다뤄진 송화가 이번 작품에선 늙고 폭력적인 남편을 떠나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가 추가됐다. 버들의 남편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다친 채 돌아오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에선 죽는 등 버들과 남편의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그렸다.

이외에 원작에선 버들의 딸이 끝부분에 잠깐 등장하지만, 뮤지컬에선 화자로 등장하는 점도 다르다. 이민 2세대인 버들의 딸 펄(진주)을 작품의 화자로 둬 앞뒤 세대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역할로 설정하면서 펄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과 세 여자의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원작소설이 상당히 인기를 얻었던 만큼 공연장에는 평소 뮤지컬 관객층인 20~30대 여성보다는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 관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경우 단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데다 뮤지컬계에서 인기 있는 스타 객원배우를 쓰기 어려운 만큼 올 들어 중년층 타깃의 창작뮤지컬 제작에 힘을 기울였다. 앞서 50대 여배우 단원 7명이 중년 여성들의 고민과 꿈에 대해 말하는 창작뮤지컬 ‘다시, 봄’을 선보여 중년 여성 관객을 불러모은 데 이어 이번에 ‘알로하, 나의 엄마들’ 역시 중년 여성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서울시뮤지컬단의 중년 여성 타깃 마케팅이 좋은 성과를 보이는 듯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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