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쓰레기아파트에 20마리 바글바글” 두번 버려진 푸들들 [개st하우스]

아파트 단지서 발견된 유기동물 수집한 뒤 방치한 애니멀호더
주민 신고로 지자체·시민단체 함께 구조…호더도 반성하고 수습 도와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구조요청이 들어온 장소는 13평짜리 낡은 복도식 아파트였는데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쌓인 폐기물더미에서 지독한 악취가 뿜어져 나오더군요. 구조팀이 겨우 틈새를 비집고 거실에 가보니 스무 마리도 넘는 미니 푸들과 고양이가 바글대고 있었어요”
-동물구조단체 포해피니스 운영자 박수아(35, 가명)씨

시작은 다섯 마리였다고 합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발견되면 경비원이 갈 데 없는 유기동물을 본인 아파트에 들였습니다. 곧 번식이 일어나더니 다섯 마리는 23마리가 됐죠. 애니멀호딩으로 가는 전형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경비원은 결국 본인 아파트를 버려두고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기에 이릅니다.

지인에게 부탁해 이틀에 한번 물과 사료를 챙겨줬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빈집에 사람의 손길도 없이 방치됐으니 23마리의 동물들은 사실상 버려진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커지는 소음과 악취에 이웃주민의 불만도 커졌죠. 주민 신고가 접수되고 다행히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나섰습니다.



저장강박에서 비롯된 애니멀 호딩 현장

사건은 충남 천안시 목천읍의 어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70대 A씨에게서 비롯했습니다. A씨는 주민들이 버린 폐가전제품과 폐가구 등을 챙겨 본인의 13평 아파트와 복도에 쌓아뒀습니다. 작동하지 않는 청소기, 전기장판과 솜이불 등이 20개씩 현장에서 발견되기도 했죠. 불필요한 물건을 수집해 본인과 이웃의 일상을 방해하는 저장강박증 의심 환자였습니다.

경비원 A씨의 수집벽은 물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3년 전부터 유기동물도 끌어 모았습니다. 그는 아파트 내에서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으면 자기 아파트에 데려갔습니다. 그렇게 키우기 시작한 게 소형견 3마리와 유기묘 2마리였습니다.

저장강박증 의심환자의 주거공간 및 환경개선 에시.저장강박증이란 불필요한 물건을 수집해 본인과 이웃의 일상을 방해하는 정신질환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저장강박 주거환경 개선' 예산을 책정해 대응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하지만 물건과 달리 동물은 번식해 숫자가 늘어나죠. A씨가 데려간 유기동물은 번식을 거듭하더니 3년 만에 개 12마리와 고양이 11마리, 모두 23마리까지 불어납니다. 가뜩이나 폐기물이 가득했던 A씨 아파트는 방치된 동물들이 내뿜는 악취와 소음으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현장 구조에 참여한 포해피니스 운영자 박수아씨는 “A씨조차 2년 전부터 본인 아파트를 버리고 지인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더라”며 “남겨진 동물들은 A씨 친척이 이틀에 한 번씩 챙겨주는 물과 사료를 먹으며 겨우 숨만 붙어있었다”고 전합니다.

“구조 도와주세요” 읍사무소 부탁에 지역주민 뭉쳤다

애니멀호딩 현장을 수습하려면 많은 행정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유기동물 구조에 따라오는 통상적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이후 돌봄과 입양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더불어 오염된 주거환경 문제가 있습니다. 이걸 복원하려면 수백만원 들여 특수청소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지자체가 주거환경 개선을, 시민단체는 중성화 수술과 돌봄, 입양을 맡았습니다.

호딩 현장을 제보 받은 목천읍사무소 측은 “읍 행정력으로는 호딩현장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역 내 동물구조단체들에 도움을 구했다”고 말합니다. 목천읍의 요청에 천안시 고양이보호협회와 포해피니스가 협조하기로 했죠.

호더의 협조도 도움이 됐습니다. A씨는 책임을 인정하고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죠. 인근 동물병원과 애견미용사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고양이 구조를 맡은 천안 고양이보호협회 관계자는 “호더가 순순히 동물 소유권을 포기하고 중성화 및 치료 비용으로 200만원을 보태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다”며 “대부분의 호더들이 소통을 거부하는 점에 비하면 다시 보기 힘든 모범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포해피니스 측은 “수용공간 및 돌봄 인력의 한계로 인해 구조에 따른 부담이 컸지만 우리 보호소에서 돌봄 및 입양을 돕기로 회원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전합니다.


해외선 동물학대로 엄벌 및 강제조치…국내선 호더 동의 구해야

해외에서는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는 호딩 행위를 동물학대로 분류해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독일에서는 애니멀 호더가 적발되면 국가 차원에서 동물을 압수하고 소유자가 향후 동물을 키울 권리를 박탈합니다. 또한 호주에서는 동물 학대정황이 있으면 공무원이 개인 주거지에 진입해 구조조치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실상 호더의 동의 없이는 구호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본인 동의 없이는 현장 수습을 할 수 없어서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주거공간 청소에 앞서 호더 본인에게 ‘주거환경개선 시공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상 정부는 피학대 동물을 학대자로부터 긴급 격리 조치할 수 있지만 호딩은 학대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긴급격리 조치 발동 조건을 보면 ▲고의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최소한의 사육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등 조건이 제한적이거나 추상적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호더의 동의를 얻은 민관 합동팀은 지난달 15일 문제의 아파트를 방문했습니다. 현장은 고장난 청소기와 전기장판 20여점을 포함해 수년간 호더가 수집한 폐기물로 인해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구조에 참여한 수아씨는 “복도를 지나 현관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와 함께 동물들이 짖는 소리가 울렸다”고 전합니다.

"얘들아, 이제 살았어" 문제의 호더 구조현장에서 구조된 12마리의 푸들이 이동장에 담긴 모습. 제보자 제공

폐기물 더미를 헤집고 들어간 거실에는 소형견과 고양이 20여마리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구조자들은 당황한 동물들이 숨기 전에 챙겨온 이동장에 동물들을 재빨리 담았습니다. 동물들의 경계심이 강해서 나무판자로 길을 터 이동장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30분 만에 구조작업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중 푸들 12마리는 수의사와 애견미용사의 도움으로 위생미용 및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부모견 2마리를 제외한 10마리의 자견들은 포해피니스 보호소에 입소했습니다.

위기에서 행복으로… 푸들 짱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구조된 10마리의 푸들들은 다행히 모두 건강했습니다. 다만 구조 직후에는 교감경험이 없어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포해피니스 측은 기초 행동교육인 ‘피딩(feeding)’을 진행했습니다. 사람 손으로 직접 사료를 급여해서 경계심이 강한 개와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방식입니다. 1주일 동안 교육한 결과, 다행히 10마리의 푸들은 사람 손길을 피하지 않고 품에 안기는 등 사회성을 회복했답니다. 교육성과가 좋아 10마리 가운데 5마리는 벌써 입양처 및 임시보호처를 마련했습니다.

"반갑다멍~" 호딩 현장에서 구조된 푸들 5마리가 취재진을 반기는 모습. 최민석 기자

지난 14일 국민일보는 천안의 포해피니스 보호소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입양 적합도를 점검하기 위해 11년차 유기견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습니다. 수아씨가 소형견사 문을 열자 5마리의 푸들이 껑충 뛰어나와 취재진을 반겼습니다. 손에 올려둔 간식을 선뜻 먹고 무릎 위에 올라타는 등 애교를 부렸는데요.

산책에 앞서 장비를 채우려고 하자 몸을 움츠리며 무서워하더군요. 미애쌤은 비교적 성격이 차분한 1살반 푸들 짱아에게 산책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먼저 보호장구인 하네스 착용을 도왔는데요. 간식을 활용해서 짱아 스스로 하네스에 머리를 끼우도록 유도하자 10여 번 시도 후 하네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다음은 2m 산책줄에 익숙해질 차례입니다. 미애쌤은 짱아가 보호자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줄의 범위를 터득하도록 도왔습니다. 짱아는 처음에는 산책줄이 불편한 듯 넙죽 엎드렸지만 점차 걷고 뛰더니 20분 뒤 산책에 앞장섰습니다. 미애쌤은 “짱아는 6㎏대 소형견인데다 학습능력이 뛰어나므로 공동주택 생활에 무난히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습니다.

푸들 짱아의 산책 교육 모습. 하네스를 착용한 뒤, 산책줄의 감각을 익히고 이어서 산책에 나서는 과정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최민석 기자

시민들의 온정으로 위기를 벗어난 푸들 짱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영리한 미니어처 푸들, 짱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2살 추정 푸들, 중성화 수컷
-6kg, 가족에게 애교가 많고, 경계심은 없으며 신중한 성격
-잔짖음이 없으며, 교육 습득력이 뛰어남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SNS로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인스타그램 @forhappiness_2019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zxcfcT)

✔푸들 짱아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05번째 견공입니다 (86마리 입양 완료)
-짱아의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