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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다”… 이란 국가 울리자 펼쳐진 풍경 [포착]

1차전 경기서 국가 제창 거부한 선수들, 처벌 위기
국가 묻히도록 소리 지른 관객들, 눈물 흘린 이란 관중들


이란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웨일스와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를 거둔 가운데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잡혀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의사로 보인다.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는 이란과 웨일스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는 국가가 흘러나왔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성의 없는 모습으로 국가를 제창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두고 이전 경기에서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가 당국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선수들은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으며 자국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침묵을 유지하자 이란 국영 TV는 생중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이란 선수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심각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차전에서는 국가 제창을 한 이란 선수들을 두고 가디언은 “선수들이 단체로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은 분명했지만, 이런 불편한 모습은 웨일스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기세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관중들은 이란 국가가 묻히도록 소리를 질러주기도 했다.


국가가 흘러나오는 동안 중계 카메라에는 눈물을 쏟으며 흐느끼는 이란 관객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한 여성은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얼굴에 분장을 하고 ‘마흐사 아마니’의 이름을 적힌 옷을 들고 있기도 했다.

이란은 지난 조별리그 1차전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2대 6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곧바로 경기력을 회복한 이란은 웨일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승점 3점을 획득하며 B조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란과 웨일스, 잉글랜드, 미국이 속한 B조는 4팀이 승점 3점 차이 이내에서 혼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란 대표팀은 귀국 후 실제로 처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1차전 당시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에 산 하지사피, 사르다르 아즈문 등 선수들이 대규모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월드컵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의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다”며 “우리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지지한다는 것, 그리고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선은 “이란 대표팀은 잉글랜드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감옥에 가거나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이란 관료들은 선수들에게 은밀한 처벌 위협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오는 30일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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