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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9] 성경을 통해 보는 ESG경영의 다양성


다양성(diversity)은 ESG 중 중요한 사회성과(social performance) 평가 요소 중 하나이다. 기업의 다양성을 평가하는 주요 목적은 우선 조직 내에 고착화된 차별적 문화를 완화함으로써 구조적 부정의(lack of justice)를 개선하자는 것이며 이는 조직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 다양성 제고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 형성과 이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다양한 시각과 혁신적 문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변화된 환경에 대처하는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조직 구성원이 다양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산업의 특성과 수익모델, 조직의 라이프사이클 단계에 따라 다양성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관점보다는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추진력이 필요한 라이프사이클상의 시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ESG 사회성과 영역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이유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틀림없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더욱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MSCI, Bloomberg, CDP, S&P, 한국ESG기준원 등 주요 ESG 평가기관들은 몇 가지 측정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ESG경영과 평가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연구팀은 2021년 12월 K-ESG가이드라인 1.0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위에 언급한 주요 평가기관을 포함한 13개 기관의 평가지표를 종합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ESG의 사회성과 영역 중 다양성 평가지표로 2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지표는 조직 내의 여성 구성원의 비율이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인구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여 성별에 따른 다양성을 강조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다인종 사회에서는 성별 다양성뿐 아니라 인종별 다양성도 매우 중요한 평가지표 중 하나이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인종과 성별뿐 아니라, 연령, 국적 다양성 등도 ESG사회성과 측정 시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 조직의 전체 구성원 대비 특성별 구성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직급별로 점검하여 구성원 다양성이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지표는 평균 급여액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이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차이를 사유로 급여 지급에 차별을 두는 인사제도, 고용 관행이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조직의 구성원 중 성별 급여 차이를 비율로 환산하여 평가함으로 ESG 성과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접근이다. 물론 조금 더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동종 산업 내 비율을 비교하여 상대평가를 할 수도 있다.

특정 그룹이 조직을 장악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도 해가 될 것이지만 기독교적 가치에도 일치하지 않는다. 성경에서도 ESG 성과평가 시 다양성 측정 취지와 연결될 수 있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여호수아 14장 6-15절을 보면 그니스 사람 여분네의 아들 갈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경은 갈렙에 대해서 말씀할 때마다 굳이 그니스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니스 사람은 이스라엘 민족이 아니라 에돔출신 이방인이었다. 그니스 사람들이 애굽에서 히브리인들과 함께 섞여서 노예살이하고 있다가 모세가 출애굽 시킬 때 같이 섞여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갈렙이 섞여 살던 이웃이 아마 유다 지파이었던 것 같다.

선민의식으로 배타적인 이스라엘 민족 속에서 갈렙과 같은 이방인 출신이 겪었을 서러움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렙은 꿋꿋하게 그 차별을 견뎌냈다. 더 나아가 충성스러움과 지혜로움으로 가데스 바네아에서 유다 지파의 대표 정탐꾼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지도자 모세의 인재 등용 원칙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인종 및 출신성분과 관계없이 능력과 성품에 따라 인재를 등용한 것이다. 여호수아에 나오는 갈렙은 굉장히 긍정적인 성품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그의 긍정적인 사고는 하나님 약속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서 온 것이었다.

모세를 이어 새로운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에 나서게 될 때 갈렙은 이미 85세나 되었다. 여호수아는 전쟁의 전략을 바꾼다. 지금까지는 게릴라전과 그때그때 필요한 군사를 각 지파에서 차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했는데 앞으로는 정복 전쟁을 위해 목표로 삼을 가나안 땅을 지파별로 분배하기로 한 것이다. 보상 체계를 바꾸어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기 위해 각 지파가 정복하는 땅을 삶의 터전으로 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누구나 정복하기 쉬우면서도 기름지고 더 좋은 땅을 차지하기를 원하고 험준하고 정복하기 어려운 지역은 피하고자 할 것이다.

여호수아는 이러한 이해 상충과 갈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비를 뽑기로 했다. 서로 쉽고 좋은 땅을 차지했으면 하고 마음 졸이고 있을 때 갈렙이 자신은 헤브론 땅을 점령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다. 당시의 수명을 고려했을 때 85세나 된 초고령인 갈렙이 험준한 난공불락의 헤브론 땅을 점령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 헤브론 산지가 얼마나 힘든 곳인가를 갈렙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오래전에 정탐하러 가서 본 땅이 바로 헤브론이었기 때문이다. 지도자 여호수아는 갈렙에게 그 사명을 기꺼이 맡기고 갈렙은 한 번의 공격으로 헤브론 땅을 점령해버린다. 연령에 대한 편견을 깨 버리고 지도자인 여호수아가 연령 다양성 ESG경영을 실천한 것이다.

한편 사사기 4장에는 하나님께서 극심한 탄압에 시달리던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드보라를 사사로 세우신다. 드보라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여성이었다. 가나안군과의 싸움에서도 의기소침한 바락 장군을 격려하고 함께 전쟁터인 게데스로 가서 가나안 군사를 물리친다. 전승에 따르면 드보라는 원래 장막의 등잔불을 지키는 여자였다고 한다. 하나님이 여성 지도자를 어떻게 들어 쓰시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기독교의 위기도 성경 말씀의 본질적 가치를 벗어나 서로 차별하고 개교회가 협력하지 못함으로 공교회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온 것이 아닌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다음 회, 성경을 통해 보는 ESG경영 회의론 극복)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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