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전 시장 성희롱 인정’ 1심에 유족 항소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박 전 시장의 부하직원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다’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뒤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28일 제출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박 전 시장이 강제추행 혐의로 부하 직원에게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지난해 1월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성희롱성 언동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강씨는 박 전 시장의 범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위가 피해자 주장만 듣고 고인을 함부로 범죄자 낙인찍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인권위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조사개시 절차 위반과 증거 왜곡 등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신빙성이 높은 사실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 15일 강씨가 제기한 인권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인권위 결정도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본인의 사진 등이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외에도 이 사건 참고인들의 진술은 시간, 장소, 상황 등을 상세히 밝히고 있어 경험하지 않고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구체성이 있다”면서 “허위 진술할 동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친밀감을 표하고 수년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은 피해자의 신분상 지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피해자로서는 성희롱 피해를 공론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직무상 불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성희롱 피해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감내하며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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