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제격이지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바리톤 토마스 햄슨 등 6명의 리사이틀
국립현대무용단 ‘겨울 나그네: 시간에게’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로 12월 내한공연을 여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왼쪽)와 바리톤 토마스 햄슨. (c)서울시향- Jiyang Chen

24곡으로 이뤄진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는 겨울에 들어야 제맛이다. 실연당한 주인공이 겨울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겨울 나그네’로 의역됐지만, 원래는 ‘겨울 여행’ 또는 ‘겨울 방랑’으로 번역하는 게 맞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는 ‘가곡의 제왕’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가곡을 작곡했다. 약 600곡의 가곡 가운데 가곡집 형태로 출판된 것은 슈베르트가 불치병 판정 이후 쓴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1823년), ‘겨울 나그네’(1827년), ‘백조의 노래’(1828년) 등 세 개뿐이다. 세 연가곡 가운데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가 좋아하던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선율을 붙였다. 두 작품 모두 실연을 그렸지만 죽기 한 해 전에 나온 ‘겨울 나그네’는 절망적인 분위기가 특히 두드러진다.

매년 겨울이 되면 남성 성악가들의 ‘겨울 나그네’ 콘서트가 이어진다. 여성 성악가들이 ‘겨울 나그네’를 부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문 편이다. 올겨울 국내 무대 역시 베이스 황상연(12월 2일 인천 플레이캠퍼스·9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바리톤 이응광(12월 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바리톤 김성곤(12월 8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바리톤 박흥우(12월 2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등 남성 성악가들로 채워졌다. 특히 두 세계적인 성악가의 내한이 눈에 띈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7)와 바리톤 토마스 햄슨(67)이다.

12월 1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과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서는 보스트리지는 자타공인 ‘슈베르트 가곡의 권위자’다. 옥스포드 역사학 박사 출신으로 유명한 보스트리지는 29세의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타고난 미성과 깊이 있는 음악 해석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성악가 대열에 올랐다. 1996년 데뷔음반인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은 그는 2014년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를 정밀하게 분석한 동명의 책을 출간해 영국 폴로저러프쿠퍼 상을 받기도 했다. 2004년 첫 내한 콘서트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으며, 2018년 서울시향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올겨울에는 성악가들의 리사이틀 외에 ‘겨울 나그네’와 다른 장르를 융합한 공연들도 열린다. 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 나그네’(왼쪽)와 국립현대무용단의 ‘겨울 나그네: 시간에게’의 포스터.

현존 최고의 바리톤으로 손꼽히는 토마스 햄슨은 12월 17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햄슨은 미국 출신이지만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까지 석권한 성악가다.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상주음악가였던 그는 영국 런던 로열 음악원의 명예회원이며,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 독일어권 성악가의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궁정가수) 작위를 받았다. 햄슨은 오페라 가수로서 그동안 80개가 넘는 역할을 소화했으며, 리사이틀리스트로서 말러 등 독일 낭만 가곡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2016년 첫 내한 이후 6년 만이다. 햄슨은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듀오 콘서트를 가진다.

올겨울에는 성악가들의 리사이틀 외에 ‘겨울 나그네’를 연극, 음악극, 현대무용, 철학, 소설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된 공연들도 다수 예정됐다. 11월 30일과 내년 1월 4일 나음아트홀에서 열리는 ‘음악과 철학의 만남: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는 테너 이규철의 노래와 함께 철학자 최순영의 해설을 곁들인 렉처 콘서트다. 그리고 12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 나그네’는 주로 독창 가수와 피아노 반주로 열리는 ‘겨울 나그네’를 피아노와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가수들의 연기를 더해 한 편의 음악극으로 재창조했다. 베이스 손혜수, 바리톤 양준모, 배우 이산하 등이 출연한다.

12월 9~1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겨울 나그네: 시간에게’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남정호의 춤을 통해 ‘겨울 나그네’를 표현한 무대다. 원로 무용가의 몸짓과 작곡가 최우정의 편곡이 만나 ‘겨울 나그네’의 새로운 변주를 보여준다. 12월 16~31일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리는 편지 콘서트 ‘슈베르트, 겨울 여행’은 슈베르트가 그의 형 페르디난트 슈베르트와 주고받은 편지와 함께 ‘겨울 나그네’를 비롯해 슈베르트의 음악을 담았다. 낭독과 라이브 연주를 통해 슈베르트의 삶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테너 김성현, 베이스 임태수, 배우 차예준 임영식 등이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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