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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지하 현장서 근로자 지키는 안전 디자인…서울시, 전국최초 개발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철제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지상 1m도 안 되는 높이에 가로로 설치된 철제 골조가 통로를 가로막았다. 갑자기 어두워져 눈에 띄지 않는 데다 허리를 크게 굽혀야 지나갈 수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될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부착한 ‘머리 주의’ 안전표지가 선명하게 눈에 띈 덕에 피하기가 수월했다. 안전표지에는 충격흡수 소재까지 내장됐다.

29일 서울 강서구 국회대로 지하차도 1단계 건설 현장에는 이처럼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개발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서울 표준형 안전디자인’이 시범 적용됐다. 무엇보다 컴컴한 지하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치들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초록색 천으로 둘러싸였던 가파른 출입구는 수직 동선의 주의를 표시하는 선명한 노란색 안전 그물망으로 대체됐다. 별다른 규정이 없어 각양각색 캐비닛에 ‘폭발 주의’ 등의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았던 위험물 저장소는 ‘화기 금지’ 경고가 새겨진 붉은 보관함으로 대체됐다. 지하 공간 특성상 암전 시 안전한 대피를 위해 바닥과 기둥에는 축광형(야광) 비상대피동선 안내 표식이 부착됐다. 확성기와 마스크 등 긴급대피 설비 역시 축광형 안내 사인이 적용됐다.


현장 근로자가 위험을 감지할 경우 즉시 동료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버튼형 사이렌(점멸등 포함)도 안전모에 부착됐다. 사이렌 소리는 약 200m까지 도달한다. 비상연락처, 지정병원, 혈액형 등 응급상황 시 필요한 정보도 축광형 시트로 제작해 안전모에 부착했다. 시 관계자는 “지하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각종 눈에 띄지 않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호흡곤란 등 근로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며 “현장 근로자들이 먼저 요구해온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전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게 산업현장인데 그동안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어 근로자들이 여러 산업재해 피해를 입어왔다”며 “표준안을 점차 전 산업현장으로 확대하면 산업 재해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표준형 안전디자인은 색각이상자(색맹·색약)도 구별 가능한 ‘안전색’을 적용했다. 테스트에 참여한 적록 색약 박모(43)씨는 “업무적으로 색상이나 심볼 등을 구분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며 “시가 선정한 안전색은 기존 색상보다 구분이 명확하고 인지하기 쉽다”고 말했다. 유은미 한국색채학회장은 “명도를 높인 안전색의 적용으로 지하 공간이나 어두운 현장에서도 안전정보를 더 빠르게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안전색 구현을 위해 지난달 말 노루페인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안전디자인 매뉴얼 색채 시편 제작 및 현장 적용에 지원을 받기로 했다.


또 사물과 시설, 행위 등을 상징화한 그림문자인 안전 픽토그램 9종과 안전표지 등 안전 디자인을 별도 개발했다. 시는 픽토그램의 국가표준(KS) 등록을 추진하고, 세계 표준화를 위한 국제표준화기구(ISO) 공식 등록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다양한 산업현장의 안전표지를 교체하고, 내년에는 현장별 매뉴얼도 추가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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