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차벽‧인터넷 차단…中 ‘백지 시위’ 원천 봉쇄

베이징 량마차오 등 경찰 대거 투입
시위 참가자에게 전화 걸어 “왜 갔나” 압박
中관영 매체는 “제로 코로나 우수” 선전

중국 공안이 28일 밤 '백지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 앞을 감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반대 ‘백지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나섰다. 도심 거리마다 경찰을 대거 투입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고 시위 소식을 접할 수 없도록 인터넷 여론도 차단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베이징 량마차오 거리에는 사람보다 경찰이 더 많았다. 이틀 전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봉쇄를 해제하라”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신 자유를 달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던 장소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당국은 전날 밤 거리 조명을 모두 끄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불시에 신분증 검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마트폰에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외국 소셜미디어(SNS)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는지, 외국 SNS를 이용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깔았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당국이 시위 참가자들을 옥죄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량마차오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은 AFP통신에 “경찰이 내 친구 집으로 찾아가 량마허에 갔었는지 물었다”며 “어떻게 알고 시위 현장에 갔는지 사람은 얼마나 많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캐물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전 ‘시진핑 파면’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쓰퉁차오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시위도 경찰의 삼엄한 경비 탓에 무산됐다고 한다. 백지 시위에 불을 당긴 상하이에는 우루무치 거리를 중심으로 차단벽이 설치됐고 후베이성 우한 일부 도로에는 차벽이 세워졌다.

봉쇄 반대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진 이후에도 중국 관영 매체는 제로 코로나 성과 띄우기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460만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한 영국 경제학자의 인터뷰 기사를 온라인 기사로 공유했다. 존 로스 전 런던시장 경제고문은 중국 매체 관찰자망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5000명이 조금 넘고 미국에선 1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중국의 사망률이 미국과 같았다면 470만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식 개방 정책을 폈다면 460만명의 중국인이 죽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방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됐다는 건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며 “중국은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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