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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감독 “꿈은 끝났다, 하지만 인생은 계속된다”

2022 카타르월드컵 B조 3차전
이란, 미국에 0대 1로 져 탈락
케이로스 감독 “다음 준비한다”

이란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알리 카리미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가진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을 0대 1 패배로 끝낸 뒤 그라운드에 누워 상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권을 눈앞에서 놓친 이란 축구대표팀의 카를루스 케이로스(69·포르투갈) 감독이 “인생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월드컵 기간 중 지지해 자국 정부로부터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개막 열흘 만에 떠나야 하는 선수들에게 케이로스 감독은 ‘끝’이 아닌 ‘다음’을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에 0대 1로 석패한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로써 꿈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날 패배로 최종 전적 1승2패(승점 3)를 기록해 B조 3위에 머물렀다. 미국과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지켜 16강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상심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란 선수들은 환상적이다. 내 이력에서 이렇게 적은 것(지원)을 받고도 많은 것(성과)을 주는 선수들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다른 대표팀과 같은 조건을 누리지 못한다”며 “선수들의 헌신에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16강으로 진출한 미국에 축하를 보냈다. 그는 “미국이 우리보다 경기를 더 잘 시작했다. 더 빨랐고, 더 잘 컨트롤했다. 몇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며 “그들은 득점할 자격을 가졌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후반전에 대해서는 “이란이 미국의 움직임을 막았다. 미국보다 더 확실한 기회를 만들었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벌을 받았다. 득점하는 쪽이 축복을 받는다”며 아쉬워했다.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국 득점하지 못해 패배했다는 얘기다.

이란 축구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미국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을 가진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 국적의 지도자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 당시 이란의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다. 러시아월드컵을 마치고 2019년 떠난 이란 대표팀으로 지난 9월 다시 감독으로 복귀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대표팀으로 돌아올 무렵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 9월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의해 체포돼 조사를 받던 같은 달 16일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로 인해 국민이 봉기했다.

시위는 반정부 구호를 끌어냈고, 군·경의 탄압과 맞물려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란 체육계는 시국 발언을 삼갔지만, 이란 축구대표팀 간판 사르다르 아즈문은 월드컵을 앞두고 SNS에 “이란 여성과 민중을 죽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에 대한 처벌이 국가대표 제외라면, 그것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겠다”며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란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사에드 에자톨라히(왼쪽)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가진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을 0대 1 패배로 끝낸 뒤 코칭스태프의 격려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식으로 정부에 대한 저항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하루 앞서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즈사피가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대표팀은 그들을 지지한다.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에서 탈락한 이란 선수들 중 일부는 해외 소속팀으로 합류하지만 일부는 조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대해 케이로스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선수들이 팀워크, 서로 나눈 대화 덕에 조금씩 다시 웃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생은 계속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다음에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자격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4년 뒤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도록 신변에 변화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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