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형 치료제 국내 첫 상용화되나

‘해로운 게임’ 인식 뒤집다

게임에 질병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게임을 치료제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3세대 치료제, 게임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게임, 애플리케이션, 가상현실(VR) 등이 디지털 치료제로 쓰인다. 디지털 치료제는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국내 게임사 드래곤플라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게임형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제 ‘가디언즈 DTx(가칭)’ 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29일 전했다.

드래곤플라이의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통해 의료기기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현재 프로토타입 개발이 완료된 가디언즈 DTx는 만 7∼13세 ADHD 환자가 적용 대상이다.

드래곤플라이의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확인받은 바 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가디언즈 DTx를 ‘신경과학 진료용 소프트웨어’로 분류했다. 이는 가디언즈 DTx를 공산품이나 웰니스 제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인정함을 뜻한다.

임상시험을 무사히 넘기면 드래곤플라이의 디지털 치료제는 국내에 상용화되는 첫 디지털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게임이 질병?

일부 의학계는 수년째 게임을 질병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2019년 5월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가속화됐다. 게임이용장애는 ‘6C51’이라는 코드가 부여됐다. 이로 인해 각국 보건당국은 게임 과몰입을 치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한국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가 5년마다 개정되기 때문에 오는 2025년쯤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으로 의학계에서 연구를 통해 중독 여부를 결정짓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왔다. 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과정에서 참고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 용역을 맡은 안우영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표본 대표성을 확인하기 어려워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 제약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계 또한 질병코드 도입에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8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교육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신중론’을 택한 교육청은 6곳에서 11곳으로 늘었다. ‘찬성론’은 7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게임이용장애 도입 시 학생을 ‘게임중독자’ ‘질병 보유자’로 낙인찍어 또래 집단에서 차별을 겪는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지 늘리는 디지털 치료제…. 앞으로 방향은?

미국에서는 이미 20개 넘는 디지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고 효능을 입증해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를 상용화하지 못한 국내 시장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의 ‘2020년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2027년에 97억 6009만 달러(약 13조 22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기기 특성상 일반의약품과 다르게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다. 또한 제조, 운반, 보관 비용도 발생하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제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면 진료를 대체해 코로나 시기 감염 우려를 낮출 수 있으며, 소수의 의사가 많은 환자를 관리하는 것도 쉽다.

세계 최초로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 아킬리 인터랙티브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과학 기술과 즐거움을 사용자 경험과 결합해 치료제가 설계되고 전달되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려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지 장애 환자를 위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사들의 게임 치료제 개발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드래곤 플라이 측은 “(자사의) 디지털치료제는 놀이치료의 일종으로 게임을 통한 집중력을 향상하는 방법에 해당한다”며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 ADHD 환우들을 위한 좋은 치료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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