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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탈락에 폭죽 쏘고 환호한 이란 시민들… 왜?

이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미국 뉴스채널 CNN은 30일(한국시간) “이란 일부 도시에서 시민들이 월드컵 패배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자동차에서 경적을 울리며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화면 캡처

정권에 등을 돌린 국민은 자국을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의 패배를 기뻐했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란 일부 도시에서 자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30일(한국시간) 환호성과 폭죽이 터졌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이란 일부 도시에서 시민들이 월드컵 패배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자동차에서 경적을 울리며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SNS로 퍼진 이란 일부 도시의 축제 현장 영상도 소개했다. 시민들이 자동차를 둘러싸고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합창하는가 하면, 밤하늘에서 폭죽이 터지기도 했다.

이란 축구대표팀은 이날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대결한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을 0대 1 패배로 끝냈다. 최종 전적 1승2패(승점 3)를 기록해 B조 3위에 머물렀다. 미국과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지켜 16강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오랫동안 반목해온 미국에 패배한 점도 이란의 입장에선 뼈아플 만했다. 하지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체제의 자국 정권에 반대하는 이란 일부 도시 시민들은 오히려 미국을 응원하며 자국 대표팀의 패배를 기원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 온라인 매체 ‘이란와이어’는 트위터에 “사케즈 시민들은 미국의 첫 골에 폭죽을 터뜨리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사케즈는 이란 북부 쿠르디스탄주의 도시다. ‘히잡 의문사’의 희생자인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으로, 이란에서 2개월 넘게 확산된 반정부 시위의 발원지다. AFP통신은 “케르만샤, 마하바드, 마리반에서도 축포가 터졌다”고 전했다.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의해 체포돼 조사를 받던 같은 달 16일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로 인해 국민이 봉기했다.

시위는 반정부 구호를 끌어냈고, 군·경의 탄압과 맞물려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란 체육계는 시국 발언을 삼갔지만, 일부 선수들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직 축구대표팀 선수 2명은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 29일 석방됐다.

하지만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대표팀 주장 에산 하즈사피와 간판선수 사르다르 아즈문을 포함한 일부 선수들은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시민들을 지지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식으로 정부에 대한 저항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란 대표팀 선수들의 패배를 기뻐할 만큼 반정부 시위대는 라이시 정권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AFP통신은 이란 일부 도시에서 벌어진 패배 축하 행사에 대해 “미국을 이겨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 이런 정부에 저항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은 이란 대표팀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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