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 오명 내 아들, 중환자실서 결국 눈 못뜨고 떠나”

국민일보DB

무리의 리더의 여자친구를 성추행했다며 오피스텔에서 함께 생활하던 10대 청소년을 골프채로 폭행해 숨지게 한 이들에게 중형이 구형됐다. 피해자 아버지는 결심공판에서 “성추행범이라는 오명을 받아야 하는 아이의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숨이 막힌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 판사)는 30일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22)와 B씨(19)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주범 A씨에게 징역 15년을, B씨에겐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7월 5일 오전 10시쯤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내던 17살의 피해자를 주먹과 발, 골프채 등으로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자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골프채 등으로 때리고 후배 5명에게도 폭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집단 폭행으로 쓰러져 오피스텔에서 장시간 방치되다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들은 119 신고 당시 피해자가 욕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진행된 세 번의 재판을 눈물로 지켜보던 피해자의 아버지는 재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허락받았다.

아버지는 “공소장에는 제 아이가 성추행했다는 가해자들의 진술만 있다. 서로 입을 맞춰 맞을 짓 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지만 제 아이는 응급실부터 중환자실에 있는 열흘 동안 단 한마디도 못 하고 눈도 뜨지 못했다. 사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도 없이, 죽어서까지 성추행범이라는 오명을 받아야 하는 아이의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숨이 막힌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잔인한 폭행으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말도 어눌해 신체 손상이 확실한 상황에서 어떠한 구제 활동도 하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방치해 살아날 수 있는 1초의 가능성도 무참히 날렸다. 상태가 너무 나빠져 119에 신고했지만, 거짓과 기만으로 상황을 모면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치료 치료받는 동안 제 아이의 휴대전화에는 병원 인근 편의점에서 잔액 부족으로 승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아이의 체크카드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이마저도 휴대전화가 초기화돼 포렌식을 거쳐 뒤늦게 알게 됐다.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지 너무나도 분노가 치민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공소장에 기재된 폭행이 사실이라면 피고인들은 아이를 죽이겠다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고 백번, 천 번 양보해도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있었을 것”이라며 “반코마 상태의 아이를 방치한 것만 보더라도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라며 살인죄를 적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9일 열릴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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