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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도 아니고…아파트 간 출입금지에 ‘철조망’까지

공원·놀이터 등 부대시설 좋은 신축 아파트에서
연식 오래된 옆 아파트 주민 이용 막으려 설치해

부산 수영구의 한 신축 아파트가 이달 초 설치한 철조망. 현재는 구청의 시정명령을 받고 철거했다. 연합뉴스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가 부대시설 이용을 두고 이웃 아파트와 갈등이 이어지자 담벼락에 철조망과 ‘출입 금지’ 푯말을 설치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구청의 시정 명령으로 철거됐지만, 이웃간의 관계가 단절된 시대에 주거 격차로 갈등이 커지는 세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부산 수영구 A 아파트는 지난 10월 말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친 뒤 이달 초 B 아파트와의 경계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철책 중간에는 날카로운 쇠가시가 달렸다. ‘출입을 금지한다’는 푯말도 놓아뒀다.

철책을 설치한 목적은 B 아파트 주민들이 A 아파트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신축 아파트인 만큼 풋살장, 농구장, 공원 등 커뮤니티 시설이 좋아 일부 B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자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이다. 철책은 주로 A 아파트 공원과 놀이시설을 둘러싸도록 설치했다. 두 아파트 사이에는 철제 담벼락이 설치돼 있었기만 높이가 낮아 쉽게 사람이 넘어갈 수 있었다.

철책이 설치된 뒤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랐다. A 아파트 분양가가 비교적 높다 보니, B 아파트에 직접적으로 적대심을 표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휴전선이냐” “교도소냐”면서 불쾌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표하는 주민도 있었다. A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도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B 아파트 주민은 수영구청 건축과에 “철책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허가받지 않은 시설물인지 확인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놀이터와 공원 근처에 설치된 철책 때문에 아이들이 다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내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주택관리법에 따라 설치 전 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철책은 사전에 구청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영구는 A 아파트 측에 이달 말까지 허가받지 않은 철책을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 사전통지를 전달했다고, A 아파트 측은 곧바로 철책을 철거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한탄이 나왔다. 수성구 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 소리만으로도 그 아파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어른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싸움이 정서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에게까지 미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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