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 수사팀장, 한동훈 ‘前검사장’ 칭하며 한 말

정진웅 무죄 확정에 대국민 사과 요구
지난해 8월 한동훈 입장문과 판박이
한 “납득 어렵지만 대법원 판결 존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전 검사장’이라고 칭하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수사 과정에서 한 장관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30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데 따른 입장 표명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기소에 관여한 법무부, 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정진웅 전 부장검사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정진웅 무죄 확정… 당시 수사팀장 “응분의 책임 뒤따라야”
이 연구위원은 이날 ‘독직폭행 무죄 확정 관련 채널A 사건 수사팀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부장검사가 적법한 공무수행 중 부당하게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며 “주임검사까지 무리하게 변경하여 부당하게 기소한 수사팀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 장관을 ‘전 검사장’이라고 지칭했고, 정 연구위원의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돌발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의 기초사실인 정진웅 전 부장검사와 한동훈 전 검사장 사이의 신체적 접촉은, 한 전 검사장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압수된 휴대폰 비밀번호를 묵비하는 등 사법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휴대폰 유심칩을 추가로 압수하는 적법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그야말로 우발적으로 발생한 돌발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의자였던 한 전 검사장이 채널A 사건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검사의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를 고의를 가진 악의적인 ‘권력의 폭력’인 것처럼 규정, 고발하고, 일부 검사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경위로 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기소했다가 사법부의 정확한 판단에 따라 무죄가 확정됐다”고 했다.

정진웅(왼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 연구위원은 “채널A 사건의 피의자였던 한동훈 전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 정 전 부장검사를 수사, 기소했던 검사는 한 장관에 의해 승진, 영전하는 인사를 받았다”며 “이러한 인사권 행사는 한 전 검사장 말처럼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이제라도 바로잡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자기편을 수사한 수사팀을 보복하기 위해 ‘없는 죄를 덮어씌우려 한’ 권력의 폭력에 대해 법과 정의에 따라 정확하게 판단해준 사법부에 경의를 표하고, 아울러 권력의 폭력에 관여한 사람들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의 여러 표현은 지난해 8월 한 장관이 냈던 입장문에서 쓴 문구를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정 연구위원의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입장문에서 “자기편 수사 보복을 위해 ‘없는 죄를 덮어씌우려 한’ 권력의 폭력이 사법시스템에 의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고 한 적이 있다.

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당시 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거론하며 “지휘책임자들 누구도 징계는커녕 감찰조차 받지 않았고 오히려 관련자들 모두 예외 없이 승진했다”고 지적했고,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이 독직폭행 사건 공판의 지휘 라인에 있다고 짚으면서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바로잡혀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과오 되풀이 않는 게 공직자 자세” 반박
한 장관은 이 연구위원 입장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개인 자격’의 입장문을 냈다. 한 장관은 이번 판결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유형력 행사와 고의를 인위적으로 분리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피해자 입장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우나,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인 만큼 존중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에서도 당시 직무집행이 정당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다시는 이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성찰하는 것이 정상적인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정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시절 ‘채널A 사건’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장관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선고하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폭행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앞서 2심은 정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의 당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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