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느라 매일밤 ‘치맥’ ‘피맥’…건강엔 후폭풍

경기보며 음식 먹으면 포만감 못느껴 ‘내장지방’ 악화 우려

맥주 마니아, 통풍 주의…야식 후 바로 누우면 역류성식도염도

국민일보DB

카타르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카타르와의 시차는 6시간. 한국의 경우 주요 경기가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에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집관(집에서 관람)’을 택하는 사람이 늘었다.
축구를 볼 때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게 ‘야식’이다. 실제 한국전이 열린 날에는 각종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등에서의 야식 메뉴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은 물론, 피자와 맥주를 먹는 ‘피맥’, 족발에 소주를 곁들이는 등 취향도 가지각색이다. 거하게 먹지 않더라도 컵라면이나 과자라도 한봉지 뜯는 분위기다.
야식이 축구 관람 시 즐거움을 더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자주 많이 야식을 즐길 경우 ‘후폭풍’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먹어도 포만감 못 느껴…‘내장지방 악화’ 원인
축구 경기에 앞서 시킨 야식이 도착하면 ‘양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보면 어느새 많아 보이던 음식이 깨끗해져 있다. 그런데도 배가 덜 찬 것 같은 느낌이다. 손보드리 가정의학 전문의(365mc람스SC의원 강남역점 원장)에 따르면 이는 자신도 모르게 음식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지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는 한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며 나타나는 것.

손 전문의는 2일 “음식에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축구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음식을 먹어도 신경을 경기에 빼앗겨 배가 부르다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렇다보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2시간 가까이 야식을 ‘폭풍 흡입’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이 아니라도 식사 때마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며 밥을 먹다보면 식사량이나 속도 조절에 실패하기 쉽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 매일 반복되다보면 비만해지는 것은 물론 내장지방이 악화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위장 기능이 떨어져 일상 속에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손 원장은 과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음식 덜기’를 꼽았다. 이미 경기를 위해 야식을 시킨 상황이라면 배달음식 용기째로 먹지 말고 앞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 먹는 게 유리하다는 것.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음식을 더 가지러 올 생각도 잘 못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평소 자신의 양 정도만 먹을 수 있다. 또 야식을 먹을 계획이라면 저녁 식사량도 조절하는 게 지방 축적을 방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맥주 마니아, 갑자기 발가락 통증 생겼다면
경기 관람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맥주다. 긴박한 경기를 보는 중 시원한 맥주는 답답하고 긴장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다만 맥주 마니아일수록 ‘통풍’을 조심해야 한다. 월드컵으로 경기가 많은 상황인 데다가 송년회까지 겹치다보면 평소보다 맥주를 더 마시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발가락이나 손끝 등이 붓고 아프다면 통풍이 발생한 탓일 수 있다.
통풍은 혈중 요산이 6㎎/㎗보다 많은 상태에서, 남아도는 요산이 관절에 쌓여 염증처럼 작용하는 질환을 말한다. 요산은 ‘퓨린’의 대사산물이다. 콩팥이 좋지 않거나 콩팥 능력을 넘을 정도로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쉽게 높아진다.

실제 통풍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비만이다. 고려대구로병원 연구팀이 2003~2014년 국내 성인 통풍 환자 남녀 15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환자 중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시아·태평양 비만 기준 정상 체중을 유지한 경우는 28.4%에 그쳤다. 46.5%는 복부비만, 41.9%는 비만, 29.7%는 과체중 상태였다.
손 전문의는 “안타깝게도 시원한 맥주는 통풍을 갖고 있거나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절대 피해야 하는 주종으로 꼽힌다”고 했다. 그는 “이는 무알코올 맥주라도 마찬가지”라며 “알코올을 뺀 것이지 퓨린이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요산 수치를 높이는 기름지고 정제된 탄수화물이 더해지면 증상이 더 악화되기 쉽다.

통풍 문제가 아니라도 야밤에 맥주를 자주 즐기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두둑한 복부비만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손 전문의는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는 원료인 ‘호프’는 알파산을 포함하는데 이는 미각을 자극해 음식에 대한 욕구를 높인다”며 “이 뿐 아니라 맥주 속 당질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식욕을 증폭시킨다”고 조언했다.

#월드컵 열기 고조될수록 식도가 덩달아 뜨겁다?
경기 열기가 뜨거워지며 야식을 자주 섭취할 경우, 갑자기 식도가 불타는 느낌을 받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손 전문의는 “야식 습관은 섭취한 음식이 위와 식도를 타고 거꾸로 넘어오는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취침 2~3시간 전 과도하게 식사한 경우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식도 쪽으로 역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야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위와 식도의 괄약근이 열리면서 위 속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복부비만인 사람이 이 같은 습관을 이어갈 경우, 가능성은 더 커진다. 복부의 높은 압력이 위를 누르면서 위산 역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역류성식도염은 누우면 심해지고 걸으면 좋아진다. 따라서 야식을 먹은 뒤 남은 경기를 볼 때는 매트 등을 깔고 제자리 걸음을 해 주면 소화기관의 운동성 회복에 도움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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