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계보다 더 많다” 주유소 기름 품절 가속화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에 파업 중인 유조차가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기름 탱크를 채우지 못해 지난 3일 오후 ‘품절’ 입간판을 내걸었다. 이어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자사 휘발유 가격을 ‘0원’으로 기재했다.

각 주유소에선 재고가 떨어지면 오피넷에 가격을 0원으로 보고한다. 정부는 이를 취합해 매일 오후 ‘품절 주유소’ 통계를 갱신한다.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의 품절 주유소는 88곳이다. 전날 같은 시간보다 14곳 늘었다.

하지만 A씨는 정부 집계보다 품절 주유소가 더 많다고 했다. 그는 “나는 재고가 떨어진 뒤 바로 오피넷에 0원이라고 올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주변에만 이런 주유소가 5곳이나 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오피넷 공지에는 ‘해당 자료는 주유소의 자발적 보고 내역을 기준으로 특정 시점에 작성되므로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돼 있다.

A씨는 “품절 주유소라고 뜨면 손님이 안 온다. 고급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굳이 그 주유소를 안 가게 된다. 경유차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니 주유소들도 굳이 보고를 안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초기에는 그랬을 수 있다. 다만 기름을 빨리 받으려면 상황을 알려야 한다. 지금은 대부분 주유소가 바로 보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상황과 집계 시점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차이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품절 주유소 현상이 수도권에서 충남, 강원 등으로 확산하자 군 수송차량을 투입하며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유, 철강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에선 시멘트처럼 당장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 4사,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공사와 ‘비상 상황반’을 운영하며 주요 거점별 입·출하, 주유소 재고 현황 등을 모니터링 중이다. 상황반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 공장 가동률이나 석유 제품 출하량에는 문제가 없다. 품절 주유소도 긴급수송 등으로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품절 주유소가 늘고 있지만, 누적 개념이 아니다 보니 한 주유소가 오래 품절 상태인 사례는 없다고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품절 주유소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여기 주유소가 품절됐다고 해도, 바로 옆에서 주유할 수 있어 기름 대란으로 커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저유소로 가는 1차 수송은 차질 없이 진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정유사 공장 가동률이나, 출고량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문제는 저유소에서 주유소로 가는 2차 수송이다. 곧 파업 2주를 경과하게 되는데, 지속되면 결국 다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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