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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이태원역 ‘무정차 검토’ 지시 묵살한 사업소장 입건

뉴시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서울교통공사 본부의 지시를 현장 총책임자가 무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이 소장은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봉화산역 구간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 소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참사 직전 4시간 동안 4만3000명 넘는 인파가 이태원역을 통해 쏟아져나오는 데도 이 소장이 지시를 묵살하는 바람에 결국 압사 사고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특수본은 판단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당일 이태원역에서 하차한 인원은 오후 5시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5∼6시 8068명, 6∼7시 1만747명, 7∼8시 1만1873명, 8∼9시 1만1666명, 9∼10시 9285명이 이태원역을 빠져나왔다.

1주일 전인 10월 22일 같은 시간대 하차 인원이 시간당 1800∼2500명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평소의 4~5배에 해당하는 승객이 몰린 셈이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승객 대부분이 사고가 난 골목길과 연결되는 1·2번 출구로 빠져나가면서 일대 밀집도가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은 당일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태원역으로 출근해 현장 상황을 지켜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교통공사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 예규는 승객 폭주와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이 종합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수본은 이태원역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이 소장이 무정차 통과를 검토했어야 한다고 본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 소장이 이태원역장에게 무정차 통과 검토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앞서 송은영 이태원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참사 당일 근무한 종합관제센터 팀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무정차 통과를 둘러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논의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또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을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입건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30분쯤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가 보건소로 이동한 뒤 이튿날 0시 9분 현장에 되돌아왔는데도 구청 내부 문서에는 오후 11시30분쯤 현장 도착 후 곧바로 구조를 지휘했다고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최 소장이 스스로 도착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정황을 파악하고 참사 전후 그의 동선을 복원하는 한편 공문서를 조작한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한 112상황팀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참사 전후 112신고 처리와 구호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다. 이날 이 소장 등 3명이 추가됨에 따라 특수본에 입건된 피의자는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모두 21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112 신고 일부에 대한 경찰 조치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넘겨받은 감찰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이같은 의혹으로 감찰기록과 함께 수사를 의뢰받은 이태원파출소 팀장 2명을 입건해 수사할지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에 이어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과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등 소방·구청 현장 책임자의 구속영장을 금명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라 구청과 소방당국에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우선적 책임이 있었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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