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타르 드라마’가 아쉽게 막을 내렸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에 막혀 사상 첫 8강 문턱에서 돌아섰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이 카타르에서 쓴 드라마는 국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역대급 경기력’을 펼친 대표팀은 4년 뒤 북중미월드컵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대 4로 아쉽게 졌다.


“단판 승부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던 벤투 감독은 전방에 조규성, 손흥민, 황희찬을 내세웠고, 중원은 이재성 정우영 황인범으로 구성했다. 수비진은 부상에서 돌아온 김민재를 비롯해 김영권 김진수 김문환을 투입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브라질도 최정예였다. 부상으로 조별리그 경기에 결장했던 네이마르가 복귀했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하피냐, 히샬리송 등이 전부 선발로 나섰다.

세계 최강의 벽은 높았다. 브라질은 경기 초반부터 골 폭풍을 몰아쳤다. 브라질의 비니시우스는 전반 7분 하피냐가 측면 돌파 이후 내준 컷백 패스를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 지었다. 6분 뒤엔 네이마르가 히샬리송이 만들어낸 패널티킥을 가볍게 성공시켰다.

경기 초반 두 점이나 내준 한국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황희찬 전반 15분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황인범의 중거리 슈팅도 빗나갔다.

브라질은 전반 29분 세 번째 골을 넣었다. 히샬리송은 문전 앞에서 티아구 실바의 패스를 이어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6분 뒤엔 파케타가 비니시우스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로 연결해 4점 차로 벌렸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홍철과 손준호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후반 1분 손흥민이 문전 앞에서 기회를 얻었으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브라질은 후반에도 개인기와 패스를 통한 부분 전술로 한국 골문을 계속 위협했다.

한국은 후반 30분 백승호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을 추격했다. 교체 투입으로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백승호는 데뷔 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후에도 공격을 시도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는 1대 4로 끝났고, 브라질을 상대로 ‘유쾌한 반란’을 꿈꿨던 한국의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한국은 비록 브라질에 패하면서 사상 첫 원정 8강의 꿈은 무산됐지만, 12년 만에 원정 16강에 오르는 등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포르투갈전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역전 골로 16강에 진출한 건 ‘기적’이라 표현할 만했다. 미국의 한 통계업체는 한국의 진출 확률을 9%로 예상했었다.


태극전사들이 선보인 역대급 경기력은 향후 대회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종전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선 굵은 축구에서 벗어나 전술적 압박, 빌드업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조직력과 세밀함이 추가된 결과다.

덕분에 세계적 강호를 상대로 새로운 기록을 써냈다. 1차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점유율에서 앞섰는데, 이는 한국의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나전에서는 경기 내내 점유율을 압도했다. 또한 1966년 월드컵 이후 한 경기 최다 크로스 성공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에 승리한 브라질은 2018 러시아월드컵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 접전 끝에 3-1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도하=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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