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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서 멈췄지만…가능성 본 ‘뚝심의’ 벤투호 공격축구

세계 무대에서 통한 주도적·공격적 축구
비판에도 4년간 묵묵히 칼 간 벤투 감독
본선 무대에선 전술적 유연성도 발휘

손흥민(오른쪽 두 번째) 등 선수들을 격려하는 파울루 벤투(왼쪽 두 번째) 감독. 뉴시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여정은 6일 브라질이란 벽 앞에서 멈췄다. 그러나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등 강팀을 상대로 보여준 적극적·주도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는 16강이란 성과를 내며 가능성을 봤다. 기존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새로운 축구 스타일을 세계무대에서 펼쳐볼 수 있었던 데엔 자신의 철학을 굳건히 밀어붙인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뚝심’이 한 몫 했단 평가다.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에서 만난 강팀들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펴왔다. 상대적 약체임을 인정하고 점유율을 내준 뒤 ‘투혼’으로 상징되는 활동량과 끈기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게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붕대를 동여매거나 다리를 부여잡은 선수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월드컵 하이라이트 장면을 가득 채웠던 이유다.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전방 압박을 통해 한국이 강팀을 상대로도 주도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단 점을 입증했다.

혁신을 시도하려던 벤투 감독에겐 재임 기간 내내 물음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빌드업이 세계에서 통하겠느냐, 쓰는 선수만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축구를 밀어 붙였다. 대표급 선수들을 추린 뒤에는 선수 면면을 크게 교체하지 않으면서 전술을 선수단에 이식했다. 4년 간 집요할 정도로 같은 축구를 반복 학습해 얻어진 조직력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팀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로 발현됐다.

우루과이의 1차전에서 이 자신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갑자기 감독을 교체한 우루과이는 우수한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도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4년 동안 합을 맞춘 한국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주도했다. 박찬우 MBC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주도하는’ 축구에 오랜 시간 적응하며 확신을 가졌기에 소극적이었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전 추격골을 넣고 환호하는 백승호(왼쪽)와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준비 과정에서 다소 고집스러웠던 벤투 감독은 막상 본선 뚜껑이 열리고 난 뒤엔 전술적 유연성까지 발휘했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예선 때처럼 빌드업과 점유율만 추구하지 않았다. 위험에 노출될 경우 변칙적으로 후방에서 전방으로 뿌리는 롱패스도 활용했다. 붙박이처럼 뛰었던 황의조가 부진하자 조규성을 전격 선발 투입하고, 그동안 쓰지 않았던 이강인도 조커로 활용하는 등 선수 기용도 다채롭게 변용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유연하고 다양한 용병술과 전술이 빛났던 월드컵”이라 평가했다.

벤투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끝났지만 우리도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단 점은 선수단에 유산처럼 남을 듯하다. 장기간 꾸준히 준비한 팀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증명한 점도 이번 월드컵의 성과다. 김대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본인의 축구 철학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갔단 점이 벤투 감독과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공통점”이라며 “위기가 있었던 벤투 감독에게 4년이나 보장해줬단 점이 우리에게 큰 어드벤티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동환 권중혁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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