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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총회서 맞붙은 정부·노동계… ‘화물연대 파업’ 국제이슈 되나

ILO 아태 지역총회서 여론전
고용부 “업무개시명령은 불가피”
노조 “정부가 법으로 자유 억압”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7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7차 ILO 아태 지역총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고용부 제공

정부와 노동계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깊어지는 노정 갈등이 국제무대의 장외 여론전으로 번진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고, 고용노동부는 경제적 피해를 근거로 들며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7일 고용부에 따르면 박종필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7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기조연설에서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법률에 근거해 발동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시멘트·정유·철강 등의 출하에 차질이 발생하고 수출 물량은 운송이 중단되고 있으며 건설 현장은 작업을 멈췄다”며 “국민 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한 운송 중단 장기화로 시멘트 등 5대 업종에서만 3조 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견지하며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히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한국 노동자대표로 참석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전날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 대응을 비판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윤 부위원장은 “정부가 한국에서 발효된 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29호(강제노동 금지)를 종이조각으로 만들었다”며 “법치와 자율를 말하는 정부가 법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LO 협약은 국내 실정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14일째를 맞은 7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성신양회 단양공장 앞에 집결해 총파업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0시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국제운수노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도 ILO와 유엔에 추가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업무개시명령과 같이 (한국 정부의) ILO 협약 위반의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추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LO는 사무국은 민주노총 등의 요청에 응답해 이미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고용부는 ILO 사무국에 협약 위반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며 단순한 ‘의견 조회’ 절차일 뿐이라고 거듭 피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ILO가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자유 기준·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 입장’을 함께 첨부했다는 점을 들어 ILO가 한국 정부에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운수노련의 루완 수바싱게 법률국장은 “ILO가 정부에 긴급개입 개시 통보 공문을 송부하면서 기존 ILO의 입장을 첨부한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업무개시명령을 협약 87호 및 결사의 자유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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