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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연대 청소노동자 수업권 침해 ‘혐의없음’”

경찰 “업무방해로 보긴 어려워”
민사소송 영향 여부도 관심

지난 7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임금인상, 샤워실 설치 등 청소·경비노동자의 요구사항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이한형 기자

연세대 학생이 학내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청소·경비노동자를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업무방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연 혐의는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8일 연세대 학생이 청소·경비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일 피고소인인 노조 지도부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집시법·미신고 집회)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수업권 침해 관련 업무방해 혐의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앞서 연세대 재학생 이동수(23)씨는 지난 5월 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해당 집회가 신고된 집회가 아니라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혐의 고발도 했다.

노조는 지난 4월 학교 측과 교섭이 결렬된 후 약 5개월간 매일 점심시간인 오전 11시30분에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시급 인상과 학내 샤워실 설치, 인력 확충 등을 요구했는데 지난 8월 말 용역업체 측과 임금 인상 등에 합의하면서 집회가 마무리됐다.

경찰은 핵심 쟁점이었던 수업권 침해, 즉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수업을 듣는 행위가 ‘업무’에 해당하는지와 소음측정 등의 증거 수집 자료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대법원 판례와 법리 검토 등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수업에 방해가 되고 학생들이 불편을 겪은 것은 맞지만, 법에서 말하는 업무방해가 초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해당 집회가 미신고 집회라는 점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집회를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정당한 쟁의행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학교 내 집회가 이어지면서 적어도 대학 내 집회에 대해선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폭넓게 집회·시위가 인정돼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의 판단에 대해 노조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수업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건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정당한 쟁의행위를 미신고 집회로 집시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경찰의 시각은 편협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기존에 해왔던 대로 경찰 조사 이후에도 연세대 동문 법조인들이 노조 지도부에 대한 법률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소인 이씨는 “경찰이 업무방해까지는 아니라고 본 점은 아쉽다”면서도 “집시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 만큼 앞으로 학내에서 신고되지 않은 집회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업권 침해가 업무방해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같은 이유로 제기된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이씨는 지난 6월 다른 연세대 학생 2명과 함께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등 638만600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학생과 노조 양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0월 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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