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전원 기립박수… 헤리티지 “합창하는 진짜 이유”

[인터뷰] ‘싱포골드’에서 발군 기량 뽐내
“‘졌지만 잘 싸웠다’ 생각했는데 우승후보
합창은 서로 믿고 두려움 없이 가는 것”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녹음실에서 헤리티지 멤버 이신희 김효식 박희영(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했다. SBS 합창 오디션 ‘싱포골드’에서 솔리스트로 함께 활약했던 멤버 이철규는 팀 활동 휴식기에 들어갔다.이한결 기자

여러모로 색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 ‘싱포골드’(SBS)가 오는 25일 마지막 방송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합창 오디션을 표방해 우승팀은 한국 대표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합창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다. 공연은 전통적인 정적인 합창이 아니라 ‘쇼콰이어’로, 아름다운 화음에 퍼포먼스를 더한 귀와 눈이 즐거운 경연이 펼쳐진다.

7세부터 75세까지 전국에서 112개팀 3126명이 참가했는데 단연 발군인 팀은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다. 첫 방송에서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로 폭발적인 성량과 에너지를 뿜어내며 심사위원(작곡가 김형석, 가수 박진영, 안무가 리아킴, 매니저 역할을 맡은 배우 한가인과 가수 이무진) 전원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분당 최고시청률과 동영상 조회수 125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는 그룹 송골매의 ‘모여라’로 ‘톱3’에 선착하며 우승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의 모체이자 팀의 솔리스트이며, 합창단을 지도하는 혼성 보컬 그룹 ‘헤리티지’의 멤버 김효식 이신희 박희영을 만났다.

-첫 번째 무대 ‘스윙 베이비’는 심장이 쿵쿵댈 만큼 압도적이었어요.

“두 번째 공연 기회가 주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남김없이 보여주자고 첫 번째 곡에 치트키를 다 썼어요. ‘이런 팀도 있다’ 보여주는 성과만 거둬도 된다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너무 잘 봐주셔서 저희도 놀랐죠. 리아킴씨가 눈물을 보이면서 칭찬을 하니까 스윙 베이비로도 눈물 나게 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효식)

-그게 음악의 힘이죠.

“저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극찬이어서요. 스윙 베이비 댓글을 보면 ‘할렐루야’ ‘은혜받았다’고 하세요(웃음).”(희영)

이런 반응이 쏟아진 건 헤리티지가 가스펠 음악을 토대로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2003년 데뷔 앨범을 낸 베테랑이자 탁월한 가창력과 다이내믹한 공연으로 CCM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그룹이다. 2005년에는 대중음악 앨범을 내기도 했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 박효신, 다이나믹 듀오, 비, 이승환 등의 음반에 참여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여러분’ 무대에 서고 배우이자 래퍼인 양동근과 함께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오 해피 데이’로 우승하기도 했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가 '싱포골드'에서 두번째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송골매의 '모여라' 공연 모습. SBS 제공

-오디션에 출전한 게 뜻밖이었어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있는데, 득보다 실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 고민이 없지는 않았죠. 팀 내에서도 ‘진짜 우리 나가는 거야? 너무 좋아!’ 이런 반응은 전혀 아니었어요. 다만 저희 팀이 기독교적인 정체성과 사명을 가진 팀인데,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교회 안에서만 노래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반항심이 있었어요. 진짜 선교답게 교회 밖 사람들도 들을 만한 노래를 부르자, 이게 저희 초창기 모토였어요. 그래서 대중 가수들과 작업도 하고 계속해서 대중 지향적인 음악들을 하고 싶었거든요.”(희영)

-안무에 도전한 것도 처음이죠.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그냥 리듬을 타면서 몸을 흔드는 것과 약속해놓은 동작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동료 중에 안무가가 있어서 저희가 소화할 수 있는 동작으로 최대한 안무를 짰고, 최선의 몸부림을 다했어요(웃음). 방송에서 멋있어 보이게 연출을 잘해 주셨죠.”(효식)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헤리티지가 2005년부터 운영한 콰이어 스쿨 출신들이다. 콰이어 스쿨졸업생만 2000~3000명이 된다. 콰이어는 헤리티지와 공연을 함께하며 4장의 실황 앨범을 발매했는데, 싱포골드를 위해 연습을 소화할 수 있고 녹화에 참여할 수 있는 멤버들을 따로 선발했다. 3번의 경연마다 선곡부터 편곡, 안무, 의상, 무대배경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한 달. 각자 생업이 있는 콰이어 멤버들은 일주일에 적게는 3번, 많게는 6번 모여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습하는 강행군을 했다.

“화끈하게 공연하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기분으로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3라운드까지 계속 올라갔어요. 정말 행복하면서도 마지막에는 몸이 안 움직이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기쁨과 체력적인 고통이 동시에 오더라고요. 희영씨는 성대 결절에 안무 후유증으로 아직 쩔뚝쩔뚝 걸어요.”(효식)

-퍼포먼스를 함께하는 쇼콰이어 장르가 국내에도 활성화돼 있나요.

“전혀 아니에요. 불모지에 가깝죠.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합창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어요. 저희 어릴 때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합창단 중창단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서도 성가대가 사라지고 찬양팀 같은 밴드 음악으로 바뀌고 있어요. 싱포골드에 출전하게 된 데는 합창 문화를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컸어요. 합창이 진부한 음악처럼 돼버렸지만 여럿이 하모니를 만들어간다는 장르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잖아요. 방송이 계기가 돼서 아마추어 합창단들이 물밀듯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효식)

헤리티지 매스콰이어가 '싱포골드' 2라운드에서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공연하는 모습. SBS 제공

-출연팀 중에 라이벌을 꼽는다면요.

“시청자분들 중에 헤리티지가 나오는 건 반칙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헤리티지는 프로이지만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직장인들이 취미로 활동하는 거거든요. 저희는 ‘하모나이즈’와 대결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모나이즈는 쇼콰이어를 10년 정도 계속했던 팀이에요. 단장이 쇼콰이어와 비슷한 파티캐츠라는 팀으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도 받은 아이디어 뱅크고요. 세계 대회 경력도 많은데다 합창대회에 더 적합한 팀이죠. ‘이퀄’도 진짜 잘했습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인데 신생팀으로는 대단하죠. 신희씨가 강의하는 학교 학생들이어서 멤버 중에 제자들도 있어요.”(효식)

-제자들 앞이라 그것도 부담스러우셨겠네요.

“곳곳에 제자들이 있어요. ‘콜링콰이어’ 리더도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출신이고요. 1라운드에서 저희 바로 전 순서가 이퀄이었어요.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는데 제자들이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저희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여러 면으로 기뻤죠. 제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고 함께 올라가서 기뻤고요.”(신희)

-싱포골드는 치열한 경쟁이나 긴박감보다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순한 맛’ 오디션이잖아요.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우승 후보로 꼽힌 헤리티지가 2라운드 때 혹평을 받고 탈락 위기에 처할 때였죠.

“첫 번째 무대에 너무 극찬을 받아서 사실 좀 불안했어요.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선곡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솔리스트가 부각된 걸 아쉬워하셨죠. 주변에서 저희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 마음속 1위는 헤리티지’라며 위로하는 문자를 많이 주셨어요. 멤버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합창을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후회도 있었죠. 다행히 우리가 하루 이틀 같이한 팀이 아니어서 크게 동요하지 않고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효식)

“선곡과 편곡, 안무를 조율하는 과정은 저희가 함께하지만 결국 결정의 책임은 리더가 지게 되잖아요. 그런데 오빠가 2차전을 끝내고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희영)

“리더 입장에서 얼마나 큰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는지 그때 알았어요. 그런데 연말 공연에서는 그 곡 요청을 많이 해주세요. 가사가 너무 아름답고 곡 자체가 위로가 되니까요.”(신희)

'싱포골드' 1라운드에서 '스윙 베이비' 무대를 선보이는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멤버들. SBS 제공

-콰이어들의 소리가 단단해서 헤리티지가 나올 때마다 성량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졌어요.

“저희 장점이 소리가 크다는 거고요, 단점은 작게 못 낸다는 거예요(웃음). 저희가 표현하는 보컬 자체가 아낌없이 소리를 내는 스타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입단한 지 십수 년 된 멤버들이 사운드를 지켜주고 1~2년 된 친구들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예요. 두려움 없이 믿고 가는 거죠. 콰이어 안에서 결혼한 커플도 15쌍이에요. 콰이어를 거쳐간 분들의 아이들이 키즈 콰이어로 무대에 선 적이 있고요. 부부가 같이 콰이어로 활동하고 그 아이들이 또 어린이 합창단 활동을 하고, 그런 꿈을 꿔요.”(효식)

-이름 그대로 헤리티지(유산)네요.

“한번쯤은 졸업생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무대에는 지휘자만 서 있고 관객석 모두가 합창단원인 콘서트를 하더라고요. 정말 보기 좋았어요. 저희도 ‘더 가스펠4’라는 앨범에 콰이어 출신 200명 정도를 모신 적이 있어요. 진짜 감격스러웠죠.”(효식)

-CCM으로 출발해서 대중가요도 했고, 싱포골드로 헤리티지를 처음 보신 분들은 합창단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장르마다 매력과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가스펠이라는 장르는 담고 있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직접적이에요.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로서의 가스펠은 기쁘고 우리 스스로 감동이 되고 자부심도 있어요. 싱포골드처럼 대중음악과 접점을 만드는 작업은 재미있어요. 이런 곡을 이렇게 해볼 수 있겠네, 이렇게 확장되는 느낌이 있어요.”(효식)

-솔로로 독립하지 않고 20년 동안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보통 팀에서는 내가 드러나는 역할을 맡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아이돌이라면 센터, 엔딩 요정처럼요. 저희는 센터를 기피합니다(웃음). ‘이건 네가 했으면 좋겠어’하고 역할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팀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희영)

“저는 결혼 후 6년 정도 활동을 쉬다가 팀에 복귀했어요. 그동안 개인 앨범을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몇 번 있었지만 함께 노래하는 것이 진짜 큰 힘이 있고, 다시 합류하면서 팀 안에서 더 큰 힘을 얻었어요.”(신희)


-싱포골드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부분은요.

“교회 아닌 장소에서 노래 부를 일이 많아졌어요. 그동안은 열 번 중에 한두 번 비기독교인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었다면 지금은 절반이 넘어요. 중‧고등학교, 기업에서도 요청이 있고요. 17일에는 SBS 연예대상에 싱포골드 다른 팀과 스페셜 무대에 섭니다. 연예대상 역대 출연자들이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라 우리가 나가는 게 맞나 걱정도 돼요. 박진영씨 크리스마스 공연에도 초대받아서 게스트로 서고요. 내년 초에는 싱포골드 출연팀들과 투어 콘서트를 할 것 같아요.”(효식)

-오디션 출연이라는 모험이 통했네요.

“말로 다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죠. 저희 색깔을 여과 없이 보여드릴 수 있는 콘텐츠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저희한테는 신선한 일이고 또 감사하죠.”(효식)

“외국으로 선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리 다음세대를 선교하는 게 더 급하다고 생각해요. ‘교회에서 누가 공연한다는데, 콘서트 보러 갈래’라고 하면 교회 문턱을 한 번이라도 넘게 할 수 있거든요. 싱포골드로 저희가 그런 다리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가장 기뻐요.”(희영)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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