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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아동 손 ‘꼬옥’ 잡은 노옥희… “희망의 장면” [포착]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3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한국에서의 첫 등교에 동행한 소감을 밝혔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8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가운데 교육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고인이 생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초등학생 자녀들 손을 잡고 직접 등교한 장면을 떠올리며 추모에 동참했다. 고인에게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교육철학을 실현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남겨졌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애도문을 내고 “노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고인은) 울산 지역 최초의 여성 교육감으로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 않는 울산교육 실현을 위해 헌신하고 또 헌신했다.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한 고인의 열정과 뜻을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성명을 통해 “가장 적극적인 교육복지의 교육감이었고, 지금도 준비 중인 고인의 교육복지 정책은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임금교섭 3차 본교섭 일정을 연기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옛 사택 앞에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교를 환영하고 있다. 이날 특별기여자의 자녀인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19명, 고등학생 22명 등 85명은 첫 등교를 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온라인 공간에서는 노 교육감이 지난 3월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한국 첫 등교에 동행한 장면이 회자됐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8일 페이스북에 노 교육감이 아프간 자녀들의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등교했던 사진을 공유하고 “한국 사회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장면”이라며 “너무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의 말을 남겼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옛 사택 앞에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교를 환영하고 있다. 이날 특별기여자의 자녀인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19명, 고등학생 22명 등 85명은 첫 등교를 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노 교육감의 등교 동행 사진을 올리면서 “고국을 탈출해 한국에 온 아프간 자녀들에 대한 차별 없는 교육지원을 위해, 반대하던 일부 학부모들을 설득한 일은 선생님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프간 초등학생의 손을 꼭 잡고 등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노 교육감에 대해 “차별 없는 교육복지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평등한 나라,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선생님의 꿈, 모든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을 온몸으로 실천했던 그분의 유산은 너무도 크다”고 애도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옛 사택 앞에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교를 환영하고 있다. 이날 특별기여자의 자녀인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19명, 고등학생 22명 등 85명은 첫 등교를 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노 교육감은 지난 3월 22일 페이스북에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한국 첫 등교에 동행한 소감을 올렸다. 그는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쓴 종이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며 “그 속엔 같은 반 학급 친구들 숫자만큼 자기 이름을 써서 포장한 과자 선물이 들어 있었다.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자기 이름을 꼭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당시 아프간 특별기여자 79가구 391명 중 29가구 157명은 지난 2월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 등에 취업을 주선했다. 이들의 자녀인 유치원생과 중·고교생 총 57명은 16개 학교에 분산 배정됐다. 초등학생 28명은 서부초에 일괄 배정됐는데, 노 교육감은 이때 이들의 손을 직접 잡고 첫 등굣길에 동행했다.

노 교육감은 지역사회의 환대를 강조했었다. 그는 “교문 가까이에 오니 지역에서 등교를 축하하기 위해 나오신 분들과 서부초 자녀들의 등교를 위해 함께한 가족들과 등교하는 학생들로 꽤나 붐볐다”고 적었다. 당시 학부모들의 반대 의사를 드러내며 진통이 예상됐지만, 함께 최선의 교육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아갔다.

8일 별세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의 빈소가 마련된 울산시 북구 울산시티병원 장례식장에 영정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노 교육감은 8일 오후 12시25분쯤 울산시 남구 한 식당에서 열린 지역 기관장 오찬 도중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CPR)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일어나지 못한 채 낮 12시52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빈소는 울산시티병원 VIP실에 마련된다.

노 교육감은 195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김해 금곡초와 한림중, 부산 데레사여고,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부터 울산 시내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는 제자들이 졸업 후 취업 현장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6년 한국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명의로 발표된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다가 해직된 후, 전교조 울산지부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인권·환경 등 분야의 사회운동에 매진했다. 해직 13년 만인 1999년 울산 명덕여중 교사로 복직했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진보신당 동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다. 이때 선거에서는 모두 낙선했다. 노 교육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교육감에 당선되면서 울산 첫 진보·여성 교육감이 됐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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