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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보름-노선영 화해 권고… “어른들 잘못”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노선영(33·은퇴)과 김보름(29·강원도청). 뉴시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김보름(29·강원도청)과 노선영(33·은퇴)이 법정에서 폭언과 괴롭힘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감정의 골을 드러내자 재판부가 “어른들의 많은 잘못으로 어린 선수 두 사람이 몇 년째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화해를 권고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강민구)는 9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김보름과 노선영 모두 대리인과 함께 출석했고, 교차 신문이 진행됐다.

신문에 앞서 김보름은 “올림픽을 치르기 이전과 이후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많았고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참 많았다”며 “모두 안고 가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이제는 사실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어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노선영은 “20년 동안 스케이트를 탔지만 올림픽 이후 스케이트장을 갈 수도, 볼 수도 없었다”며 “모두가 저를 비난할 것 같아 두려워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살려고 하고 있지만 소송당한 입장에서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말을 하고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신문에서 양측은 김보름과 노선영에게 올림픽 대회 당시 경기 관련 팀 상황과 사건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언급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두 선수의 입장은 엇갈렸다.

김보름 측은 노선영에게 ‘(김보름에게) 욕을 하거나 반말을 한 적 있냐’고 물었고 노선영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노선영은 또 ‘김보름의 원고 일지를 보면 언니가 욕했다는 부분이 나온다’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훈련하면서 빠르다, 느리다 소리쳤을 수는 있다”며 “저에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다면 저와 평상시 소통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신문을 1시간가량 지켜보던 재판부는 더 이상 재판을 속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변론을 종결한 뒤 내년 1월 13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

그러면서 “판결이 어떻게 나든 재판장으로서 소회를 말하자면 한창 성장하는 나이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갈 정도로 빙상을 타려면 얼마나 가혹하겠느냐”며 “어른들이 지도자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솔선수범, 선공후사 등 갖춰야 할 덕목이 있고 선수들이 정서적으로 안 다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통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의 근본적 배경으로 이해되는데 어른들의 많은 잘못으로 어린 선수 두 사람이 몇 년째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빙상 연맹, 코치나 감독은 모두 소송에서 빠져있다. 어느 한쪽 편을 들 마음도 없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예스(Yes) 올 노(No)로 판결하라고 재판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어느 쪽이든 상고할 것이 아니냐”며 “이 두 사람을 사회가 또 얼마나 희생시켜야 하느냐, 어린 선수들을 지옥에 몰아내도 되는지 우리 사회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고 이전 조정 의사가 있다고 재판부에 연락을 주면 합의 조정으로 사건을 끝냈으면 하는 것이 (판사 생활) 34년 된 나이 든 재판장의 소망”이라며 “조정 기일에는 당사자도 꼭 같이 나와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름과 노선영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팀추월 8강전에 박지우와 함께 출전했지만, 팀추월 경기에서 노선영이 뒤처지며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보름은 노선영의 부진을 탓하는 듯한 인터뷰를 진행해 부정 여론이 거셌다.

그러나 이후 노선영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왕따 논란’으로 번졌고, 김보름은 노선영이 허위 주장을 했다며 2020년 11월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지만, 노선영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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