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강 몇 도지?…매일 기록하는 사람들[주말특급]

‘한강 물 온도’ 페이지 개발자 ‘이블리스(ivLis)’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 서광석 주무관
두 사람의 특별한 한강 물 온도에 대한 이야기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한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고드름이 얼어있다. 뉴시스

유독 쓸쓸한 날이 있다. 문득 외로움, 슬픔 같은 감정이 몰려올 때 ‘지금 한강 몇 도지?’라는 밈(meme·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특정 말이나 사진)이 생각났다.

한강 수온을 묻는 이 말은 어느새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쓰는 은어가 됐다.

검색창에 ‘한강 물 온도’를 쳐 봤다. 페이지 하나가 등장했다. 실제로 한강 물온도를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었던 것이다.

네이버에 '한강 물 온도'를 검색했다. 네이버 화면 캡처

페이지는 매시간 한강 온도가 몇 도인지 알려주고 있다. 이에 더해 시간마다 달라지는 명언까지 제공한다. 이 페이지는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은 ‘한강 물 온도’ 페이지 개발자 남모씨(닉네임: ivLis·19)를 찾아 페이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강 물 온도 측정기 화면. ‘한강 물 온도’ 페이지 개발자 남모씨(닉네임: ivLis·19) 제공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남씨는 “5년 전쯤 중학생 시절 비트코인이 유행했을 때 해당 페이지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당시 비트코인, 주식 등이 하락장일 때 ‘한강 물 온도 몇 도냐’는 표현이 흔히 쓰이는 것을 보고 한강 물 온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하지만 한강 물 온도를 물어보는 것이 좋은 표현을 쓰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게 해주는 한마디를 해주자, 이런 마음으로 페이지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강 물 온도’에서는 한강 온도와 함께 그날의 명언을 올려주고 있다. 남씨는 “해당 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온도를 알고 싶다기보다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이 페이지에 방문했다는 것은) 그날 하루가 별로 좋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사람들이 본다는 것을 가정하고, 재기를 꿈꾸거나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헛된 게 아니다’ 같은 종류의 명언을 모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관리 문제로 댓글 기능을 삭제했는데, 예전에 ‘시험 기간에 시험을 망쳤는데 위안을 얻고 갑니다’, ‘자살을 생각했는데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등의 이야기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지에 들어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러한 댓글 기능을 다시 추가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씨는 한강 지역 선정 기준을 묻자 “‘극단적 선택 암시’가 주식 하락장에서도 많이 언급되지만 (페이지를) 만들 때 학생이기도 했고, 공부 스트레스도 크지 않을까 싶어 공무원·재수하면 떠오르는 노량진을 우선순위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 설비 문제 등으로 인해 해당 지역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으면 근처에 있는 탄천의 데이터를 가져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씨가 데이터를 얻는 곳은 서울특별시에서 제공하는 ‘물순환정보공개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가 제공하는 한강 관련 데이터 페이지다. 누구든지 이 페이지에 접속해 텍스트 파일을 다운받아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할 수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전경.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제공

인턴 기자들은 이제 물순환정보공개시스템의 데이터는 왜 수집되며 어디에 사용되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해당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물환경생태팀) 서광석 주무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서 주무관은 지천 및 국가수질측정망 운영 총괄업무와 탄천 및 중랑천 수질측정소를 담당하고 있다.

서 주무관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로 “수질오염으로 인한 시민 및 동식물에 중대한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강 온도 등 한강 수질 측정자료는 수질 오염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또한 수생태계 조사연구의 기초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조류검사를 하는 모습(인터뷰이와 상관없는 이미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제공

그는 “한강 본류와 지천의 수질 및 수생태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질 데이터를 직접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물환경연구부가 수집하고 있는 구체적인 한강 관련 데이터는 수온과 용존산소, 부유물질 등의 기본적인 항목부터 페놀, 시안 등과 같은 유해물질을 분석한 자료였다. 또한 물벼룩과 조류와 같은 생물체를 이용해 독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 데이터 중 한강 온도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 주무관은 “수온은 수질과 수생태계의 기본적인 요소로서 하천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 간의 반응과 용존산소 농도, 플랑크톤 등 미생물의 계절적 발생 특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온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기후변화의 직간접적인 지표로도 삼을 수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온도 상승은 수온 상승을 유발해 수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수생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순환정보공개시스템' 페이지의 실시간측정망 캡처.

‘물순환정보공개시스템’에서는 ‘수온’ 이외에도 ‘pH’, ‘용존산소’, ‘총질소’, ‘총인’, ‘총유기탄소’, ‘페놀’, ‘시안’ 등의 항목이 올라와 있다. 이러한 데이터값은 무엇을 의미할까.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2557호)은 하천에서의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과 ‘생활환경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생활환경 기준’에서 ‘약간 좋음’ 등급 기준은 pH는 6.5~8.5, 용존산소량(물속에 포함된 산소량)은 5.0 ㎎/ℓ 이상을 명시하고 있다. 이때 ‘약간 좋음’ 등급은 약간의 오염물질은 있으나 용존산소가 많은 상태의 다소 좋은 생태계로, 여과·침전·살균 등 일반적인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 또는 수영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하천의 ‘사람의 건강 보호 기준’에 따르면 시안(CN)은 검출돼선 안 되며(검출한계 0.01 ㎎/ℓ) 음이온계면활성제(ABS)는 0.5 ㎎/ℓ 이하여야 한다. 또한 페놀은 해역에서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으로 0.005 ㎎/ℓ 이하로 검출될 것으로 권장되기에 물환경연구부는 계속해서 이러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조류검사를 하는 모습(인터뷰이와 상관없는 이미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제공

현재 물순환정보공개시스템에서는 노량진, 선유, 탄천, 중랑천, 안양천 등 총 5곳에서 측정한 한강 수질 자료가 공개된다. 한강의 상류 부분은 국가에서 별도로 설치해 운영하는데, 서울시는 한강 중류 구역을 대표할 수 있는 지점 중 과거 선유도정수장과 노량진취수장이 있었던 선유도(1974년)와 노량진(1977년)을 선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한 한강으로 유입돼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지천 중 적정 유량을 보유하고 있는 지천인 탄천과 중랑천, 안양천에 수질측정소를 설치해 상시 운영 중이다.

서 주무관은 “한강은 중요한 상수원이자 시민의 친수활동공간이며 많은 수생 생물의 서식처”라며 “사람과 생태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질오염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수질을 상시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잠수교가 한강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조금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 연합뉴스

강원도부터 서울특별시, 경기도를 지나 충청도까지 동서로 흐르는 한강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수질오염 사고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측정하는 한강 물온도는 인간과 생태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데이터다.

언제부터인가 이 한강 온도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표현이 됐다. 각종 커뮤니티에 ‘한강 온도’를 치면 힘들었던 이야기와 함께 한강에 뛰어들고 싶다는 글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한강 물 온도’ 페이지 개발자 남씨는 “수익을 바라고 (페이지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액수가 크진 않아도 수익 중 일부는 기부를 하고 있다”며 “밈이라는 건 원래 수명이 짧은데 ‘한강 물 온도 몇 도냐’는 표현은 하나의 은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이 페이지를 방문하는 숫자가 거의 3000~4000명 정도다. 매일매일 온도를 체크하러 들어오는 숫자다. 언젠가는 이 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져야 할 텐데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 물 온도’ 페이지를 방문하면 상단에 뜨는 문구가 하나 있다. 페이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남씨만의 조그마한 위로다. “항상 들어와보긴 하는데, 인생은 살만한 거 같아요.”

한강공원 모습. 연합뉴스

2022년 마지막 달이다. 한강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온도는 늘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높은 온도가 있기에 낮은 온도가 존재한다. 한강 또한 그렇다. 이번 겨울 끝엔 2023년의 봄이 온다.

서지영,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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