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 결국 무산…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예산안 관련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추경호 부총리, 주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뉴시스

여야가 정기국회 종료일인 지난 9일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회기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법인세 세율 조정 규모를 포함, 부부가정 기초연금 감액,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양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여·야·정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 방으로 자리를 옮겨 협상을 이어갔으나 이견만 확인하고, 30분도 안 돼 헤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와 관련해 민주당이 요지부동이다.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도 거부했다”며 “일단 법인세 합의가 돼야 한다. 아직 (예산안) 감액 규모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여전히 쟁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팽팽한 대치 상태는 오후에도 계속됐다. 양당 원내대표는 오후 김 의장과 각각 면담한 뒤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정부·여당의 예산부수법안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초부자감세론이라는 낙인을 찍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낡은 프레임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재정적 효율성도 없는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 주장과 지역상품권과 경찰국 예산 등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30분 앞서 박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당은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양보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며 “우리는 양보할 건 양보했다. 결국 떡 하나 줬더니 손모가지를 달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예산안 감액 규모를 놓고도 국민의힘은 기존대로 마지노선을 2조6000억원으로 설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목표로 이미 허리띠를 졸라맨 만큼 국회에서 감액 규모를 더 키우지 말자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안 감액 규모를 최소 5조1000억원으로 못 박고 팽팽히 맞섰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연이은 협상 불발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 오전 회동에서 ‘오후 2시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우선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원내 지도부는 오후 3시쯤 자체 수정안을 들고 의장실을 찾았다. 이에 김 의장은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들은 정기국회 내 처리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 수정안’ 처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당 원내대표는 협상의 불씨는 이어갔다. 두 원내대표는 여의도 인근에서 저녁을 함께했고, 10일 오전 국회에서 다시 만나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 돌아와 기자들에게 “진전은 없었고 기존 의사를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며 “내일 다시 만나겠지만 견해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두 시간 넘게 만났는데 (국민의힘이) 용산이라는 큰 산에 가로막혀 있더라”며 “민주당은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 여당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입법부 수장으로서 간곡히 부탁한다. 비록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하지 못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두 원내대표가 예산안에 잠정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일 오후 6시 언저리에 합의문을 발표하고, 모레인 11일 오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