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비밀경찰’ 의혹 국회 앞 지점엔 “공공기관 업무” 벤처업체

의혹의 중식당 법인, 여의도에 지점
같은 자리에 의문의 벤처기업 주소도
‘민원대행’ ‘환전’ 사업목적 등재
중국대사관 “중국 모함 중단하라”

지난 2월 중국 뉴스 사이트 장안망은 푸지엔성 푸저우 공안이 개설한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이 스테이션을 중국비밀경찰서로 지목했다. 장안망 캡처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제기된 중국음식점 법인 대표의 부인이 등기부등본상 사업목적에 ‘공공기관 행정업무 대행’ ‘환전서비스’ 등이 표기된 벤처 업체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2012년 설립 이후 5차례 상호를 바꿔왔고, 현재 주소지에도 다른 명칭의 회사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방첩당국도 관련 의혹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H법인의 A회장과 그의 아내 B씨는 2000년대 중반 국내에 입국한 이후 다양한 사업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국적의 A씨는 재한 중국인 사회에서 ‘큰 손’으로 불리며 각종 중국 단체 간부로도 이름을 올렸다.

H법인은 국회 앞의 한 빌딩에 등기부상 ‘지점’을 두고 있는데, 이 자리에는 B씨가 대표로 있는 C벤처도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찾아간 해당 건물에서는 C벤처의 상호를 확인할 수 없었다. 대신 C벤처의 전신인 중국계 미디어 회사가 여전히 운영 중이었다. C벤처가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업체는 지난 10년간 종합개발사, 예술단, 영상미디어 등으로 수차례 상호를 변경하다 2020년 3월 지금의 ○○벤처란 이름을 달았다. 사무실에 있던 한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음식점도 C벤처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C벤처의 등기부 사업목적을 보면 2020년 3월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민원행정업무 대행서비스업’과 ‘환전서비스 및 기타 금융지원서비스업’ 등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 방첩당국 관계자는 “서류상 미심쩍은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사 주소지에 있는 미디어 업체는 중국 관영매체인 CCTV의 자회사 ‘차이나 텔레비전’ 간판도 나란히 걸고 출입문을 공유하고 있다. 이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중국인은 “CCTV로부터 업무를 받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미디어 업체와 CCTV 자회사는 사무실을 같이 썼다”고 전했다.

A회장은 이와 관련한 국민일보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법인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음식만 파는 곳이다. 여의도에는 사무실이 없다”고 했다. 등기부상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앞서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 ‘해외 110(중국의 경찰 신고 번호) 서비스 스테이션’으로 불리는 일종의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곳을 통해 반체제 인사를 감시·회유하거나 체제 선전 및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을 위해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영사 콜센터”라고 반박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중국 모함과 중국 이미지 훼손 및 중한 관계의 여론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을 중단하라”며 비밀경찰서 관련 국내 보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판 성윤수 정신영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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