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공중에 뜨고 파도처럼 밀려”…참사 원인 ‘군중유체화’ [영상]

특수본, 참사 원인으로 ‘군중유체화’ 현상 지목
“T자형 삼거리 내리막길로 인파 떠밀려 내려와”

특수본이 12일 공개한 사고 직전 CCTV 화면 모습. 세계음식거리와 T자형 삼거리 세 방향에서 인파가 몰려 들면서 밀집도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 특수본 제공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13일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군중유체화 현상’을 지목했다. 특수본은 “군중의 밀집도가 높아져 자의에 의한 거동이 어려운 군중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사고 발생 과정 및 원인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수본은 “사고 당일 오후 5시쯤부터 세계음식거리를 통행하는 사람들,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으로 가려는 사람들, 이태원역에서 세계음식거리로 향하는 사람들로 인파가 계속 증가했다”며 사고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특수본이 공개한 시간대별 CCTV 화면에 따르면 오후 6시6분쯤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가능하지만 종종 정체가 발생하는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 이태원역 이용 승객 현황을 보면,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이태원에서 하차한 승객은 5만1659명에 달했다. 1시간마다 약 1만명이 이태원역에서 하차한 셈이다.

오후 8시30분쯤부터 세계음식거리와 T자형 삼거리 골목 세 방향에서 모여드는 사람들로 극심한 정체가 일어났다. 특수본은 “오후 9시가 지나자 세계음식거리 양쪽 방향에서 인파가 밀려들었다”며 “T자형 삼거리 좌우 모두 군중 밀집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때쯤 압사의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특수본 제공

이어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13분쯤에는 군중 밀집이 더욱 심화됐다”며 “T자형 삼거리의 내리막길을 통해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기도 하는 등 군중유체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부연했다.

특수본에 진술한 부상자는 ‘대부분 인파에 밀려 강제로 사고 지점으로 가게 됐다.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 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수본 제공

또 다른 부상자는 ‘뒤에서 파도처럼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뒤에서 미는 힘 때문에 자꾸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다른 부상자 역시 ‘처음 골목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는 느낌이 있었다. 떠밀려 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사고지점에서 그 힘이 더 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15분에는 세계음식거리에 밀집한 인파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T자형 삼거리 골목으로 떠밀려 내려왔다.


특수본 제공

이후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고, 앞에서 넘어지는 사람들이 발생하자 뒤에서 밀려오던 사람들까지도 순차적으로 넘어졌다고 특수본은 설명했다.

특수본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뒤쪽의 군중 밀집도가 점차 증가했다”며 “이때 넘어진 사람들의 눌림과 끼임으로 발생한 압력에 의해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했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오후 9시쯤 세계음식거리의 밀집도는 1㎡의 공간에 9~12명이 몰렸다. 사고 발생 시점이었던 오후 10시15분~16분쯤 삼거리 골목의 밀집도는 1㎡의 공간에 7~8명이 몰린 수준이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자문을 거쳐 13일 발표한 군중 밀집도 조사 결과 자료.

전문가들은 1㎡당 1~4명까지는 안전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본다. 5명부터 압사의 위험성이 생기는데, 이태원 참사의 경우 이보다 최대 2배 이상의 인파가 몰린 셈이다.

특수본에 따르면 최초로 사람들이 넘어진 지점부터 약 10m까지 끼임 현상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압착성 질식사’,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 ‘복강 내 출혈’ 등이 사인이라고 판단했다.

이가현 김성훈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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