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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 사기 더 힘들다는데’… 자동차 수명 순위, 일본차 ‘싹쓸이’

잠재 수명 순위에서 세단·해치백 부문 1위를 차지한 도요타 아발론. 도요타 제공

영업사원 신민형(44)씨는 지난해에 차를 바꿀 계획이었다. 어떤 차를 사면 좋을지 몰라 틈만 나면 성능, 디자인 등을 비교했다. 그러는 사이 신차 가격이 급등하더니 금리까지 치솟았다. 타던 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13만㎞를 넘겼지만 어쩔 수 없이 더 타기로 했다. 신씨는 “어렵게 아내에게 허락까지 받았는데 무산돼 속상하다. 다음 신차 구입 시에 잔고장이 없고 오래탈 수 있는 차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 인플레이션, 고금리가 맞물리면서 신씨처럼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등록 차량 가운데 15년이 넘은 차량은 지난해 297만8460대로 1년 전(278만5206대)보다 6.94% 증가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운행 중인 차량의 평균 수명은 12.2년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2년에 평균 수명은 9.6년이었다. IHS마킷은 “소비자들이 재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차량을 더 오래 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는 단일 가격이 가장 비싼 소비재다. 자동차 업황은 기본적으로 경기 흐름과 동행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선 내구성 좋은 차량의 인기가 높아진다. 최근 글로벌 데이터분석기관 비주얼캐피탈리스트는 차량을 구입해서 폐차할 때까지 수명이 긴 차량에 순위를 매겨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 ‘아이씨카’(iSeeCars)가 출시한 지 10년 지난 차종의 중고차 200만대 이상을 분석한 결과를 활용했다. 세단·해치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전 부문에서 일본 도요타가 1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도요타가 고전하고 있지만 내구성만큼은 최고라는 걸 입증한 셈이다.


세단·해치백 부문 1위는 도요타 아발론이었다. 아발론의 잠재 수명은 39만5432㎞에 달했다. 2위는 미국 쉐보레 임팔라(37만701㎞)였다. 이어 혼다 어코드(36만3982㎞), 도요타 캠리(35만9284㎞), 렉서스 GS350(33만4412㎞) 순이었다. 비주얼캐피탈리스트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렉서스가 포함된 건 도요타와 공유하는 부품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SUV 부문 1·2위는 도요타의 대형 SUV 세퀴이어와 랜드크루저였다. 잠재 수명은 각각 47만7185㎞, 45만996㎞로 나타났다. 3~5위는 쉐보레 서버번(42만7654㎞), GMC 유콘XL(40만6134㎞) 쉐보레 타호(40만2880㎞)였다. 전부 미국 브랜드다.


픽업트럭 역시 도요타가 1위에 등극했다. 도요타 툰드라는 41만2027㎞로 가장 수명이 긴 픽업트럭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혼다 릿지라인(40만194㎞), 도요타 타코마(37만8308㎞), 닛산 타이탄(37만5452㎞), 포드 F150(37만4414㎞) 순이다.

전 부문에서 일본과 미국 브랜드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다른 국가의 완성차 업체가 이름을 올린 건 현대자동차 싼타페(33만2165㎞)가 유일했다. SUV 부문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은 순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자동차 3사는 강력한 성능과 디자인을 자랑한다. 내구성 측면에서는 일본과 미국 브랜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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