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갖추는 EU ‘탄소 무역장벽’… 철강업계 ‘설상가상’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스테인리스 냉연 코일 제품. 포스코 제공

탄소가 무역 장벽으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0월 시범 시행을 거쳐 2026년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철강·알루미늄·비료 등의 한국 산업계에 치명적 ‘보호무역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예상하는 철강업계는 정부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22일 외신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 10월부터 세계 최초의 ‘탄소관세’인 CBAM을 시범 도입하고,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EU 현지 수입업체에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보고하면 된다. 2026년부터는 CBAM 인증서 구매의무가 발생한다.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직접적인 배출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구매한 열·전기를 쓸 때 생기는 탄소 배출, 즉 ‘간접 배출’도 포함된다.

CBAM은 자국에서 탄소세를 부담하지 않는 기업에는 특정 수입품에 탄소배출권 가격을 전액 부과하지만, 자국에서 EU 배출권거래시장(EU-ETS)과 연계되거나 동일한 수준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기업의 경우 CBAM 부담금을 면제하는 제도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탄소 집약품목 6개다.

이 가운데 한국 철강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생산공정의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EU로의 철강 수출이 많다. 지난해 한국의 업종별 EU로의 수출액은 CBAM 적용 대상품목 가운데 철강이 43억 달러로 1위다. 이어 알루미늄(5억 달러), 비료(480만 달러), 시멘트(140만 달러) 순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EU의 주요 철강 수입국 중 한국은 터키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에 이어 다섯 번째에 자리한다.


포스코의 친환경 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 개요. 포스코 제공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CBAM 도입 전까지 기술 개발을 끝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제강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를 개발 중이다. 단계적 설비 전환을 통해 2050년까지 하이렉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독자적인 전기로 기술인 ‘하이큐브(Hy-Cube)’로 2030년까지 친환경 철강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EU의 ‘탄소 무역규제’가 가시화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업계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출범했다. 또 전기로 효율 향상, 수소환원제철 기초설계 등 2097억원 규모의 철강업계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탄소배출량 검·인증기관 확대, 국제표준 개발, 대응 가이드북 배포, 실무자 교육 지원 등으로 탄소배출량의 측정·보고·검인증 체계(MRV) 시장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도 한다.

정세록 사단법인 넥스트 선임연구원은 “EU 미국 등 주요국의 탈탄소 무역규제를 단순히 무역분쟁의 문제로 치부하고 협상의 영역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접근할 게 아니라, 우리 산업도 빠르게 저탄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기업은 수출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저탄소화 기술 개발 및 설비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정부는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기업 변화를 지원 및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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