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늪에 빠졌다” 10년 BBC 특파원 ‘냉혹한’ 평가

일본 도쿄 시부야 교차로. AFP연합뉴스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BBC 기자가 지난 21일 10년간의 일본 도쿄 특파원 생활을 마치며 기고한 고별 기사에서 “일본은 미래였지만, 과거에 갇혀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유럽이 오늘날 중국의 성장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한때는 일본의 경제를 두려워했지만, 세계가 예상한 일본은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자 낮은 범죄율에 정치적 갈등도 거의 없는 ‘평화로운 나라’”라면서도 더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와 심각한 고령화에도 외국인에게는 폐쇄적인 문화 등을 꼽았다.

윙필드-헤이즈는 1924년 일본의 한 마을에서는 고대 코끼리의 화석이 발견되고 난 뒤 코끼리가 지역 상징이 되면서 마을의 모든 맨홀 뚜껑이 코끼리가 그려진 모양으로 교체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맨홀 뚜껑 하나를 교체하는데 최대 90달러(약 11만원)”라며 “이는 일본이 어떻게 세계 최대 공공 부채를 가진 국가가 됐는지 알 수 있는 단서”라고 전했다.

그는 오랜 지배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도 일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전범으로 체포됐으나 교수형을 면하고 총리가 돼 이후 자민당을 창당한 게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윙필드-헤이즈는 고령화에도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완고한 것도 일본을 과거의 늪에 가둔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과거 자신이 직접 겪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900개의 마을 중 한 곳을 방문했던 윙필드-헤이즈는 마을의 노인들에게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을 건넸다.

이어 “만일 제가 우리 가족을 이곳으로 데려온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라는 윙필드-헤이즈의 질문에 한 노인은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당신은 우리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할 겁니다. 쉽지 않을 거예요.”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28%다. 인구학자들은 현재 약 1억2500만명인 일본 인구가 이번 세기말까지 5300만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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