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시기상조라고…” 이번 설 최대고비 겪은 전기차 [Car스텔라]

전기차의 히터를 켜자 주행 가능거리가 115㎞에서 101㎞로 줄어드는 모습. 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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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45)씨는 이번 설 연휴에 전기차로 고향에 다녀온 걸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출발 전에 계산했을 땐 분명 완충 상태로 집(서울 마포구)에서 고향(충남 보령시)까지 왕복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이 다른 친척집 방문 등 예정에 없던 일정이 생깁니다. 전기차는 추운 날씨에 주행거리가 확 줄어드는데, 하필 귀경길에 오른 24일에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는 최강 한파가 닥칩니다. 히터를 켜자 계기판에 찍힌 주행 가능거리가 뚝뚝 떨어집니다. 고속도로에서 들르는 곳마다 충전소가 꽉 차 있었다고 합니다. 이씨는 25일 “주변에서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강하게 반박했을 정도로 그동안 만족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전기차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이번 설 연휴에 전기차로 고향을 다녀오면서 가슴을 졸였다는 글들이 적잖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도로 위를 달린 전기차는 30만3281대입니다. 전년(18만5274대) 대비 63.7% 늘었습니다. 이번 설에 전기차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첫 번째 설인데다 연휴가 지난해보다 짧아서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평균 53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도로 정체가 전기차 주행거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지만, 차가 많으면 충전 경쟁은 심해집니다. 특히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엔 역대급 한파가 겹쳤습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주행거리를 계산할 때 미처 생각지 못한 변수였습니다. 이번 설이 ‘충전 대란’의 조건을 모두 갖춘 셈입니다.

전기차가 급증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부족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07곳에 설치된 충전기는 873대에 그칩니다. 고장 난 채 방치돼 있거나 수리 중이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한 전기차 운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옛날에 말을 타고 긴 여정을 떠나면 중간에 주막이나 여관에서 여물을 먹이며 주인도 쉬곤 했잖아요. 지금 전기차가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문제는 말이 너무 많아져서 명절엔 여물 먹일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겠죠.”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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