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곡동 수법’ 성공하자 전국에 ‘전세사기 판’

‘전세사기 그놈’ 30인 추적기
②법망 피해 퍼진 전세사기
빌라왕 배후, 세모녀 공범과 연결


강서구 화곡동을 비롯한 서울 서남부권에서 벌어진 대규모 무자본 갭투자가 법망을 피하는 장면을 본 부동산 업자들이 유사한 컨설팅 업체를 차리며 ‘2세대 빌라왕’이 양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곡동 모델’의 성공을 본 빌라왕들은 2020년 무렵부터 부동산 법인을 설립하면서 ‘전세 사기극’의 무대를 전국 각지로 옮겨 갔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제주에서 숨진 빌라왕 정모(당시 42)씨의 배후로 지목된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7·구속)씨는 화곡동 세 모녀 전세사기단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분양대행업체 M주택과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씨는 이 업체와 동업 관계였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검찰도 M주택을 통해 일을 배운 신씨가 별도 업체를 차려 다른 빌라왕들을 양산한 것으로 의심한다. 다만 M주택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만나 “그 무렵에는 강서구 일대에서 누구나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했다”며 “배후라는 신씨와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사망한 정씨는 240여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신씨가 명의를 빌려주고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수도권 일대 628채의 주택을 매입한 김모(50)씨와도 공범 관계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씨를 다수 빌라왕들의 배후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일대 주택 1000여채를 보유해 ‘천빌라’라는 별칭이 있는 김모(43)씨 역시 과거 화곡동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그가 근무한 부동산은 화곡동 ‘원조 빌라왕’ 강모(56)씨와 함께 사기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조모(54)씨가 대표로 있던 곳이다.

‘화곡동 모델’ 사례를 본 2세대 빌라왕들은 202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부동산 법인 설립에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작성한 ‘악성 임대인’이 연관된 부동산 법인 중 2020년 이후 설립된 곳은 최소 5곳으로 파악됐다.

전국에서 집 3400여채를 소유해 ‘빌라의 신’으로 불리는 일당의 핵심 주범들은 2020년 1월 경기도 용인에, 한 달 뒤 안산에 주소를 둔 부동산 법인을 세웠다. 공범 최모(43)씨는 2015~2017년 1세대 빌라왕들이 득세한 서울 서남부권 일대에서 빌라를 매입한 이력이 있다.

‘광주 빌라왕’ 정모(50)씨의 동업자로 알려진 홍모(65)씨도 2020년 2월 광주에 부동산 법인을 세웠다. 홍씨는 2019년 12월 1세대 빌라왕 중 한 명인 이모(66)씨로부터 빌라 2채를 매입한 기록이 있다. 화곡동 수법을 광주에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판 양한주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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