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원의 유족들은 25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도내 한 농협에 입사한 A씨(33)가 지난해 1월 부임한 간부 B씨로부터 수없이 모욕적인 말을 듣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직원들 앞에서 A씨에게 “일을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이런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잡곡처리장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힘들었다)”며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 해 9월 결혼식을 열흘 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차례 했다. 다행히 당시 늦지 않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이후 농협은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농협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를 분리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유족은 “당시 우울증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며 “그런데도 B씨의 모욕적인 언행은 그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A씨의 동생은 “형은 전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열성적으로 일을 하던 직장인”이라며 “하지만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은 한이 서렸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진정하고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가 근무했던 지역 농협 관계자는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따라 조사가 이뤄졌고 A씨에게 한 달 간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부서 변경도 이행했다”며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추후 경찰이나 고용노동부 등에서 조사를 요청하면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