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더글로리’처럼 고데기 ‘열 체크’했는데… 전과조차 없다

2006년 청주 여중학교서 유사 사건
소년원 송치 없이 보호관찰 처분
피해자 “아물던 딱지 손톱으로 떼고… 고문이었다”

학교폭력 고발 메시지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고데기 학폭으로 인해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몸에 남은 화상 자국들. 넷플릭스 제공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등장한 ‘고데기 온도체크’와 유사한 17년 전 사건에서 가해자가 소년원 송치가 아닌 보호관찰 처분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아 전과도 남지 않았다.

25일 JTBC는 2006년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여중생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당시 가해자가 가정법원의 보호처분만을 받아 전과조차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더 글로리’에는 학교폭력 주동자인 박연진(임지연 분)이 미용기구인 고데기로 “이제부터 네가 고데기 열 체크 좀 해줄래?”라며 동급생인 문동은(송혜교 분)의 신체 곳곳을 지지는 장면이 나온다.

2006년 5월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기사 캡처. 뉴시스

2006년 청주의 한 여자중학교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3학년 학생 3명이 동급생 한 명을 20일간 폭행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은 날에는 집단구타가 이어졌다. 교실에서 고데기를 이용해 팔에 화상을 입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고데기와 옷핀, 책으로 피해자의 팔·다리·허벅지·가슴 부위에 상처를 냈다.

당시 가해자 중학교 3학년생 A양은 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가정에 돌려보내 관찰하게 하는 수준의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부모님이나 법무부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는 정도에 그친 것이다.

JTBC 화면 캡처

법원이 소년범에게 내릴 수 있는 7가지 보호처분 중에는 소년원 단기·장기 송치 등 징역형과 비슷한 처분이 있었지만 가해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경우 형사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 가해자들에게는 전과도 남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도 실질적인 처분은 없었던 셈이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꼬리뼈가 튀어나오고 화상 정도가 심해 5~6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당시 피해자는 언론을 통해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가 진행됐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며 “심지어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의식 같은 형벌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한 달 가까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친구들은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했다”며 “그들이 한 짓은 고문이었다”고 했다.

해당 법원은 JTBC에 “당시 초범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