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민들레 압수수색

민들레, 유족 동의 없이 임의 공개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유족의 사전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한 온라인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를 26일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민들레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희생자 명단 공개와 관련한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이 의원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고발인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일 서울시청 정보시스템담당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희생자 명단이 민들레 에 흘러 들어간 경로를 추적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 보고에서 유족 연락처가 있는 사망자 현황 자료를 행정안전부에 공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적시됐다. 공무원이 업무와 무관하게 민들레 측에 명단을 건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민들레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명단을 입수한 것 외 다른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얻어갈 게 없는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매체는 지난해 11월 14일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게재했다. 당시 집계됐던 158명의 희생자 중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매체 측은 희생자 명단을 비공개 처리해온 정부 방침이 참사 후폭풍을 축소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민들레는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유가족협의체가 없어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명단 게시와 함께 유족의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민들레는 공개 24시간 만에 일부 희생자 이름을 ‘김OO’ ‘이OO’ 같이 익명으로 바꿨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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