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쪽방 계단 얼음은 ‘꽁꽁’…여야 책임 공방은 ‘팽팽’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계단이 얼어붙어 있다. 계단 가장자리에 고드름이 가득 맺혔다. 한 주민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연합뉴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도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취약계층은 더욱 춥고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쪽방촌에서는 계단에 물이 꽁꽁 얼어붙어 고드름까지 달린 장면이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긴급 브리핑 형식으로 난방비 지원 대책을 발표했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긴급 지원 대책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폭탄’ 논란을 두고 소모적인 공방을 벌였다.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계단이 얼어붙어 있다. 계단 가장자리에 고드름이 가득 맺혔다. 한 주민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26일 강추위로 계단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매달린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많은 눈까지 내리면서 골목은 빙판길로 변했다.

노후 배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계단으로 흘러내렸다. 물은 금세 얼어붙었다. 계단 가장자리로 흘러내린 물이 얼어붙어 생긴 고드름이 커튼처럼 이어졌다.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계단이 얼어붙어 있다. 계단 가장자리에 고드름이 가득 맺혔다. 한 주민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연합뉴스

이곳 주민들은 얼어붙은 계단 위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다. 건물 바깥 가스계량기에도 새벽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계단이 얼어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통령실은 기초생활수급가구 등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전기·도시가스 등 냉·난방용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기존 15만2000원에서 올해 겨울 한시적으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비 할인 폭도 기존보다 2배 늘리기로 했다.

대통령실의 이번 발표는 주무 부처에 앞선 긴급 브리핑 형식으로 이뤄졌다. 난방비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 조짐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가스계량기에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에너지바우처와 별개로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도 취약계층을 위한 난방비 긴급지원책을 서둘러 내놨다.

서울시는 저소득 계층과 어르신·아동·장애인·노숙인·정신질환자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시설에 난방비 총 346억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연령 등 조건 없이 전체 서울 기초생활수급 약 30만 가구에는 10만원씩 총 300억원의 난방비를 지원한다. 정부의 에너지바우처와 별개로 지원하며 별도 신청 없이 대상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

부산시는 시내 저소득층 6700가구에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난방비 10만원을 즉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난방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겨울철 난방비 2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강원도도 취약계층에 에너지 바우처 294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난방비 긴급 지원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 주택의 창문이 에어캡으로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폭탄’ 논란을 두고 때아닌 책임 공방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문제의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 정책에 있다며 공세를 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을 두고 지금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이고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라며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다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달 부과된 난방비 가스요금이 많게는 3~4배 늘어난 것과 관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1년 1분기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고 2021년 1월부터 작년 10월 사이 주택용 가스요금이 미국은 무려 218% 인상됐고 영국은 318%, 독일은 292% 상승했는데 이 기간에 우리나라는 38.5%를 인상했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가스요금을 동결했다가 그것도 선거가 끝난 이후에 겨우 12%를 인상했다. 가스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난방비 폭탄 논란은 전임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에서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쟁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대체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현 정부는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가스비 인상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포퓰리즘의 대가를 현 정부가 뒤집어쓰고 있다’며 전 정부 탓을 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하면 물가안정이고, 문재인 정부가 하면 포퓰리즘이냐”고 따졌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부 기간 원전 가동률과 원전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난방비 폭탄이 터졌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시기의 전기요금·가스요금 인상 최소화는 서민과 영세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며 “요금 인상을 미뤄서 난방비 폭탄이 터졌다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던 이들의 실정을 망각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