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는 왜 ‘태극기’가 됐는가

김학성씨(왼쪽), 이동호씨(가운데), 황보석씨가 각각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의 모습. 정당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정의와 거짓의 싸움이었어요. 대통령님이 1년 전에 사면 되긴 했지만, 아직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셨잖아요.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못 받고 계시잖아요. 저희는 대통령님의 명예회복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대기업의 2차 공급기업 직원인 황보석(52)씨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빠지지 않는 열성 지지자다. 그는 주말이면 새벽 6시에 자신이 거주하는 경남 창원을 출발해 서울역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다.

황씨는 보수 지지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20년 넘게 근무하던 회사에서 7개월째 무급 휴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 불리는 50∼60대 남성 3명을 지난 7일과 9일 직접 만나 각각 인터뷰했다.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2021년 12월25일 서울 중구 숭례문오거리 인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축하 및 건강 기원 집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명예회복이 최대 목표”

경북 포항 출신인 황씨는 2018년 유튜브를 통해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의 전신)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보수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황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정치에 관심은 있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참여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대한애국당의 활동과 주장이 너무나 새롭게 다가왔어요”라고 말했다.

황씨는 “사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때 저는 회사에서 강성 노조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어요. 경북 출신인 제가 보수 지지자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하나 싶을 정도였죠. 그러던 중 참여하기 시작한 대한애국당 집회가 저를 바꿔놨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님 탄핵 전에는 보수가 이렇게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을 한 적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보수 진영이 이렇게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그 후 6~7개월 정도를 서울역에서 열리는 대한애국당 집회를 따라가게 된 거예요. 맨날 좌측(진보) 사람들 집회 모습만 접하다가 처음으로 우측(보수)의 대한애국당 집회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죠”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탄핵 재판 과정에서 거짓 정보들이 실제로 거짓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잖아요. 대통령님은 실제로 뇌물은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선고가 돼서 6년 가까이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다가 나오지 않았습니까”라며 “박근혜 대통령님의 탄핵이 우리공화당의 탄생 이유였고, 이제는 그분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최대 목표예요.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지켜나가는 길이니까요”라고 강조했다.

자유통일당 당원 등 보수 우파 지지자들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탄핵 시위는 우리나라 체제에 대한 탄핵시도”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었다는 이동호(64)씨는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에 참석한다.

자유통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시장 경제와 대의제를 표방한 자유민주주의가 우리나라의 기본인데, 이걸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바로 주사파”라며 “그래서 우리는 주사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연구원 상근 부원장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상임감사 등 ‘제도권 보수진영’ 내에 있었던 이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거치며 거리에 나왔다고 한다.

이씨는 “탄핵을 주도했던 단체 중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판정된 단체들이 많다”면서 “나는 그때부터 탄핵 시위가 우리나라 체제에 대한 탄핵 시도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진보 진영의 주장도 체제 전복 시도로 해석했다. 이씨는 “세월호 사태가 터지자마자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뭐했냐’고 하면서 대통령을 완전히 미친 여자로 만들지 않았느냐”면서 “이건 소수 운동권이 선전 선동으로 다수의 대중을 동원해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유통일당 당원 등 보수 우파 지지자들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문재인정부가 천착했던 평화협정 체결 노력도 사실상 체제 전복 시도로 봤다. 그는 “문재인은 지속적으로 평화협정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한·미 동맹을 이간질했다”면서 “주사파들의 반미 투쟁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주한미군 철수이고,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나는 과거에 주사파였기 때문에 그들의 전략 전술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정부를 우리나라 체제의 위기라고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말에 분노 느껴 태극기가 됐다”

평생을 국립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쳤다는 김학성(68)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거리에 나왔다고 했다.

김씨를 비롯해 국민일보와 이번 인터뷰를 한 이씨와 황씨는 문 전 대통령을 지칭할 때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강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문재인이가 2020년 ‘제주 4·3 발언’을 했는데, 그때 ‘제주가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의 꿈이 우리의 꿈이다’라고 말했어요. 그러더니 2021년에는 반란군을 진압한 대한민국 군경에 대해 국가폭력이라고 정의했어요. 사실 나는 정년퇴직 후에 애국 운동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문재인의 말은 헌법을 전공한 교수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문재인의 말에 분노를 느껴 태극기 시위에 참여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제주 4·3 사건은 2001년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북한으로의 통일 정부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일으킨 반란이라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그걸 문재인이가 정면으로 부인한 거란 말이에요”라고 열변을 토했다.

자유통일당 당원들이 지난해 5월20일 경남 양산경찰서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전 대통령 발언으로 극보수의 길을 선택한 김씨는 지금은 매 주말 서울 송파구 자택을 출발해 광화문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통일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씨의 당면 과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해 3500여개의 ‘자유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지금 전국의 마을 공동체가 좌파에 의해 상당히 선점됐다는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에 대응하는 세력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게 바로 자유마을 운동이에요”라며 “(국회의원) 200석은 꿈의 숫자이긴 하지만, 이런 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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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팀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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