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는 왜 ‘개딸’이 됐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인 이미영씨(왼쪽)와 서선영씨(가명·가운데), 박예슬씨가 각각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당팀

“더불어민주당에 남은 분이 이재명 대표님밖에 없잖아요. 만약 이분이 정치적으로 잘못되면, 민주당은 완전히 분열되고 검찰 독재에 의해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을 개돼지 같은 노예로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죽기 살기로 오직 민주당, 오직 이재명 대표님을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죠”

항공사 승무원 출신으로 평범한 주부였던 이미영(51·여)씨는 자신이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의 열렬한 지지층이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우리 사회에서 ‘개딸’로 지칭되는 여성 3명을 지난 10일과 12일, 15일 직접 만나 각각 인터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해 3월8일 인천 서구 롯데마트 청라점 앞에서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 대표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가식 없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씨가 20대부터 진보 진영의 강성 지지층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구 출신인 이씨는 대학생 시절까지는 보수 지지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눈을 뜨게 됐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가 이 대표의 적극 지지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민주당 당원이 된 이후부터다.

이씨는 “내 손으로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뽑기 위해선 민주당 경선에서부터 한 표를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원이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이 대표를 ‘실물’로 처음 본 것은 대선이 한창 전개됐던 2021년 12월, 이 대표가 전북 지역을 방문했던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사 때였다고 한다.

이씨는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컨벤션 효과를 좀 봐야 하는데, ‘국짐당(국민의힘을 비하해 부르는 단어)’ 공작으로 전혀 효과를 못 봤잖아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고등학생 딸을 꾀어서 그때부터 같이 쫓아다닌 거예요”라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그때 그분을 처음 실제로 뵀는데, 그분의 선한 기운이 이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 가식이 전혀 없고, 언론에 보여주기 위해서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너무 보기 좋은 거예요”라고 회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해 5월20일 인천 계양구에서 열린 유세에서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던 이 대표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에 가서 대표님 연호하면서 힘을 실어드리는 것밖에 없더라고요”라며 “그래서 경기도에 사는 제가 대선 중에 부산이고 어디고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다녔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다 극진보 성향의 유튜브 방송에서 일하는 박예슬(30·여)씨는 지난 대선부터 ‘이재명 지지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 대표님은 카메라가 없을 때 훨씬 더 매력이 많은 분”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유세 때 길을 걸어가는데, 앞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가 오시는 걸 본 이 대표님이 할머니 손수레를 같이 들어주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이 정도의 디테일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지지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지난해 7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 대표가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가 하면 되는구나”…정치적 효능감

주부였던 이씨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서선영(30·여·가명)씨가 더 열정적인 ‘개딸’이 된 데에는 자신들의 요구가 실제 정치에 반영된 ‘정치적 효능감’의 역할이 있었다.

이씨는 “대선 후에 민주당에서 원내대표를 뽑았는데, 그때 ‘원내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뽑자’고 생각했어요”라고 회상했다.

이씨는 “그래서 박홍근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기 위해서 민주당 의원실에 ‘문자 총공(총공격)’을 한 거죠. 우리가 막 다른 의원들한테 ‘의원님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는 사람 뽑아주세요’ 이러니까 의원님들도 감동을 한 거죠. 그때만 해도 박 의원이 20~30표 뒤지고 있었는데, 결국 기적적으로 박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어요. 그때 ‘아, 우리가 하면 되는구나’라고 효능감을 제대로 느낀 거예요”라고 말했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문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도 ‘개딸’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대선 패배 이후에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님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당대표까지 되게 해서 다시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야겠구나’ 해서 국회의원에 나와달라고 외쳤어요”라며 “그러던 중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면 그 자리(지역구)가 비니까, 송 의원한테 ‘2424원 후원금’을 보냈죠. 서울로 이사하라고, 서울시장 나오라고, 그러면 우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밀어드리겠다고”라고 기억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그리고는 ‘계양에 우리 이재명 고문님이 나오시면 계양을에서 국회의원 만들어 드리자’고 한 거죠”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검찰 조사에 출석하는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씨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졌던 이 대표의 계양을 보궐선거 유세를 열심히 쫓아다녔다고 설명했다.

서씨 역시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후 이 대표와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층이 됐다고 전했다.

서씨는 “2016년엔 매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했어요.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이었어요. 이게 진짜 될까 싶었는데, 결국은 진짜 된 거예요. 그때부터 ‘우리가 하면 되는구나’ 하는 효능감을 느끼게 됐죠. 만약 그때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으면 그 이후로는 민주당 쪽 집회에 안 나갔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시청역 근처에서 열린 촛불행동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진보 진영이 갈라져서 아쉬워요”

‘개딸’로 대표되는 극진보 지지층은 최근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파와 ‘이재명 수호’를 외치는 서초동파로 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재명 대표님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말마다 서초동에 모여 ‘오직 이재명’ ‘오직 민주당’을 외치는 거예요. 그런데 청계광장 쪽에는 (민주 계열) 신당을 창당하려는 사람들이 섞여 있어요”라며 “지금 선거 지형이 민주당과 ‘국짐당’이 박빙인 곳이 있는데, 민주당 표가 일부라도 신당 쪽으로 넘어가면 총선에서 지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민주시민촛불연대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씨도 “최근엔 이재명을 지키자고 서초동 집회에 가는 분도 있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러 광화문으로 가시는 분들로 진보 진영이 갈라져서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을 지키는 것도,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것도 ‘이재명 지지자’라면 다들 비슷할 생각일 텐데, 왜 굳이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여는지 모르겠어요”라면서 “아무래도 집회를 주최하다 보니 후원금 같은 것이 모이게 되는데, 돈 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 목표를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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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팀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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