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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선 따가워…마스크와 ‘헤어질 결심’ 못했어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 풍경
등굣길 학생들은 친구 민얼굴 “반가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사라진 30일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조모(63)씨는 마스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채 가게 문을 열었지만, 그는 “마스크를 벗고 있으면 예민한 손님들이 있을 것 같다”며 이내 마스크를 얼굴로 가져갔다. 이날부터 지하철 역사와 버스 정류장 등 대부분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출근길 시민 대부분은 이전처럼 마스크를 쓴 채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분위기 탓에 벗지 못하고 있다는 이들이 다수였다.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승강장에 서 있던 진민기(29)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주변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분간은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워 마스크를 쓰고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상황과 장소에 따라 벗고 써야 하는 게 번거롭다고도 했다. 조민경(33)씨는 “지하철에 타면 어차피 다시 써야 하다 보니 귀찮기도 해서 미리 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은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한다고 했다. 은평구에서 버스에 오른 정모(61)씨는 “기저질환이 있다 보니 ‘노마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마스크를 바짝 끌어 올렸다. 공덕역 승강장에서 간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순자(65)씨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인데 불안해서 어떻게 마스크를 벗을 수가 있냐”며 손사래를 쳤다.

기업도 아직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부장인 한모씨는 “자기 자리에서는 벗는 사람이 많은데 엘리베이터, 화장실, 로비에서는 아직 쓰는 사람이 많다”며 “3년 동안 마스크를 썼으니 벗는 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나”고 했다. 회사원 박모(25)씨는 “오히려 (상사가)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됐는데, 왜 사무실에서 안 벗냐고 강요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등굣길 학생들은 처음 보는 친구의 민얼굴에 반가워하기도 했다.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는 담임교사가 “마스크 벗고 싶은 사람만 벗어보자”고 말하자, 20명 중 12명이 마스크를 벗었다. 신기한 듯 이리저리 친구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신서호(9)군은 “친구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게 새롭다”고 했다. 장보미(9)양은 “그동안 친구들이 내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좋으면서도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이 입을 가리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광진구의 한 유치원 앞에서 김시온(7)양은 “얼굴이 부끄럽다”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걸어갔다. 학부모 허정은(39)씨는 “마스크를 벗고 걸으니 어색한가 보다”며 “이젠 마스크 벗어도 된다는 말에 방방 뛰며 좋아했는데 막상 나오니 부끄러워서 안 벗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6살 딸 손을 잡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박수진(38)씨는 “벗어도 된다고 얘기하긴 했는데 상황마다 스스로 판단하는 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등원시키던 이도연(34)씨도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한번은 차에 마스크를 두고 내렸다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며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어떻게 지도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정신영 김승연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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