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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태극기 “이재명·문재인 구속” VS 개딸 “윤석열 탄핵”

보수 성향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에서 '문재인을 구속하라'로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진보 성향 시민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은 법에 따라 구속시켜야죠. 이재명 의혹은 대선 당시 자기들 편에서 나온 거예요. 탈북한 북한 청년을 돌려보낸 문재인도 혐의가 드러나면 구속시켜야 해요.”(60대 ‘태극기 세력’ 이동호씨)

“저희는 대통령 이름을 입에 담기도 싫어서 그냥 ‘굥’이라고 부릅니다. ‘윤’을 거꾸로 하면 ‘굥’이거든요. 내년 총선에서 이겨서 박근혜 때처럼 탄핵시켜야죠.” (50대 ‘개딸’ 이미영씨)

2023년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는 여전히 주말마다 두 개의 상반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을 외치는 목소리와 ‘이재명·문재인 구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서울의 차가운 겨울공기를 가른다.

진보·보수 진영 시민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 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집회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일보는 양극단의 지지세력을 한국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3대 늪’ 중 하나로 지목했다.

국민일보는 양극단 지지세력의 주장을 듣기 위해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극진보 지지자 3명과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 대표되는 극보수 지지자 3명을 각각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국민일보는 이 과정을 통해 이들 사이에 놓여있는 반목과 불신의 실체를 파악하고,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모색했다.


“이재명·문재인 구속시켜야” VS “정적 제거, 굉장히 치사한 짓”

진보·보수 양 진영 극단적 지지세력의 인식차가 가장 뚜렷했던 사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문제였다.

양극단의 지지세력은 문재인정부 당시 발생했던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이동호(64)씨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상임감사 등을 지내고 지금은 ‘광화문 애국운동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씨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대해 “이재명이 자기가 대장동 결제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지금 자기 부하들이 줄줄이 구속됐는데, 법에 따라 수사받고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문재인도 수사하고, 혐의가 드러나면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으로 돌려보낸 북한 청년 2명은 우리 국민인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것은 통치행위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내쫓은 건데, 나는 이것을 사실상 살인행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인 황보석(52)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보수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국민은 편의점에서 조그마한 것이라도 훔쳐도 교도소에 가는 세상인데, 야당 대표라고 해서 면피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문재인정부 5년간 비리가 없었던 곳이 없다”면서 “문재인씨도 무조건 수사를 해야 하고, 잘못된 점은 반드시 선을 긋고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른바 ‘개딸’인 이미영(51·여)는 “이 대표 수사는 죄가 없어서 10년 넘게 조사를 하고도 무혐의가 나온 것인데, 구속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만약 이 대표가 구속되면 나가서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도대체 왜 수사를 하는 것이냐”면서 “그렇게 국격을 높이고 열심히 일하신 분을 수사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역시 ‘개딸’인 박예슬(30·여)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그리고 경기지사일 때 이명박·박근혜정권이 탈탈 털었지 않나. 과거에 다 무혐의가 났던 사건을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또다시 혐의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어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정치적 판단을 법률적 사건으로 만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것을 정적 제거를 위해 사용하고, 지지율 반등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치사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보수 진영 시민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 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집회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탄핵시켜야” VS “어림도 없는 소리”

‘개딸’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탄핵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항공사 승무원 출신의 이미영씨는 매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리는 ‘이재명 수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지면, ‘윤석열 탄핵’이나 ‘김건희 특검’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돼버리기 때문에 무조건 민주당에 몰표를 줘야 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저 사람을 탄핵시켜 박근혜 때처럼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선영(30·여·가명)씨도 2016년 탄핵 촉구 촛불집회 때부터 열성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윤 대통령이 국가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너무 많이 했고, 외교적으로도 창피스러운 일이 너무 많았다”면서 “대통령이 무능함을 진짜 제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라 이러다 진짜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망신당하기 전에 하루빨리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지지자들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탄핵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학성(68)씨는 평생 국립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치다 은퇴한 후 매주 광화문 보수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우리 헌법에 탄핵은 직무상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무능하다거나 정치적 실수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탄핵 사유가 안된다”면서 “탄핵은 무슨, 어림도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보·보수 진영 시민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 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집회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놓고도…“정치적 이용, 공산당 수법” VS “용산 대통령실 이전 때문”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놓고도 양극단 지지층의 주장은 확연히 갈렸다.

극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극진보 지지층은 윤석열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참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호씨는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공산당의 오래된 수법”이라며 “윤석열정부가 사고에 무슨 개입이나 은폐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학성씨는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이 적절치 않은 발언을 했지만, 크게 보면 그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끌어내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장관을 바꾸면 국회 동의를 또 얻어야 하는데, 그러면 국정 공백이 너무 길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선영씨는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대통령실 이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이전에도 항상 있었던 행사인데, 왜 이번에 사고가 났을지 생각해보면 결국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대통령 관저를 이전하면서 용산경찰서 인원이 다 그쪽으로 쏠려서 그런 사고가 난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14차 촛불대행진의 맞불 집회에 참석해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가스통 할배” VS “미친 사람들”

양극단 지지층은 상대방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반목과 불신을 단시간 내에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영씨는 ‘태극기 세력’으로 불리는 극보수 지지층을 향해 “가스통 할배와 국짐(국민의힘을 비하하는 단어), 태극기 쪽은 나쁜 팬덤”이라면서 “우리가 집회하면 그 사람들은 악귀처럼 달라붙어 우리 쪽으로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자기들 입에서 쏟아내는 말이 자식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서선영씨도 “요즘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너무 말도 안 되는 얘기뿐이라서 그 사람들이 진짜 친일 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요즘은 그 사람들이 무슨 얘기하는지를 들어볼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딸’에 대한 ‘태극기 세력’에 대한 적대감도 만만치 않았다.

황보석씨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 대해 “‘개딸’이 저희를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저 사람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쪽 눈을 가리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호씨는 “지금 ‘개딸’이라는 사람들은 결국 주사파(주체사상파) 세력과 문재인정권을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30~40대 행동성 강한 여성들이 결합한 것”이라며 “지금 문재인과 주사파 일당의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보수 지지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에 출석한 10일 경기도 수원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서로 건강하게 토론할 수 있었으면” 기대도

다만 이들 사이에서도 정치 양극화 해소와 궁극적인 갈등 해소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었다.

발레 강사 출신으로 현재 극진보 유튜브 채널에서 일하고 있는 박예슬씨는 “‘개딸’이나 태극기 모두 정치적 고관여층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서로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이 다른 것일 뿐”이라며 “문제가 있을 때 서로 건강하게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지금은 ‘내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이렇구나’라고 얘기하기 힘든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학성씨도 “정권이 계속 교체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정치적 양극화가 완화되지 않겠느냐”면서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쉽지는 않겠지만, 양측이 서로 노력하면 정치적 양극화 해소가 조금 당겨질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기획] 나는 왜 ‘태극기’가 됐는가
[기획] 나는 왜 ‘개딸’이 됐는가

정당팀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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