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비판 전단지 떼라” 이태원 참사 직전 용산구청장 지시

참사 직전 ‘인파’에는 무대응
검찰 “전단지 지시로 인파 신고 대응 어려워”
당일 동선과 대응도 ‘거짓’ 드러나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10월 29일 집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용산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 인근으로 행진했다.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직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를 수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이미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는 취지의 신고와 민원이 수차례 접수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또 검찰 조사 결과 박 구청장이 설명한 참사 당일 동선과 대응 과정은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9시쯤 비서실 직원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으로 가서 전단지를 수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당시 도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고, 이들은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삼각지역 인근에는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용산구청 비서실장도 용산구청 당직사령에게 전화를 걸어 “구청장 지시사항이니 전쟁기념관 북문 담벼락에 붙어있는 시위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구청 당직실직원들이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전단지 수거 업무를 하느라 인파 밀집 신고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해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용산구청이 박 구청장의 대응과 관련해 거짓 해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구청장은 정책보좌관으로부터 “박 구청장, 첫 보고 후 6분 만에 현장 도착” “박 구청장 22시 50분경 현장 도착”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보고받은 뒤 이를 그대로 배포하도록 지시했다. 구청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 긴급상황실을 설치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50분이 아닌 10시59분 현장에 도착했다. 오후 11시에 긴급상황실을 설치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지도 않았다. 검찰은 “허위 공문서인 보도자료를 정책보좌관을 통해 작성하고 이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도록 했다”며 박 구청장의 허위공문석작성 및 행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적었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8시 22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 근처 CCTV에 포착된 박희영 구청장의 모습. 독자 제공

참사 직전 박 구청장의 동선도 거짓이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경남 의령군을 방문한 뒤 이태원으로 복귀했었다. 참사 발생 이후 동선이 문제가 되자 구청은 “박 구청장이 오후 8시20분쯤 관내에 복귀한 뒤 퀴논길을 들렀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 취재 결과 퀴논길은 박 구청장의 자택 인근이었고, 오후 8시22분 자택으로 들어가는 CCTV 영상도 확인되면서 박 구청장이 마치 현장을 살펴본 것처럼 부풀려 설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도 공소장을 통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복귀 과정이나 복귀 후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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