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임기응변적 주의력 특성 청소년

모두 ADHD 아니다
그들의 강점, 잘하는 것 찾아주는 게 중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K는 ‘천체’에 대해 척척박사다. 워낙 관심이 많아 어려서부터 천체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천체와 관련된 것이라면 상대성이론에 대한 책도 몰입해서 읽는다. 한번 빠져들면 멈출 줄을 모른다. 믿지 못할 정도의 집중력을 보인다.

학교나 학원에선 다르다. 매일 ‘집중을 못 한다’며 지적받고 야단을 맞는다. 다른 건 몰라도 ‘집중을 못 한다’니 부모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교사가 바뀌어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성적도 갈수록 떨어졌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고 위축돼 갔다. 부모가 병원에 데려가 검사해봤더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라는 진단이 나왔다.

ADHD를 가진 사람은 임기응변적 주의력 특성이 있다. K처럼 이해할 수 없고 역설적이며 모순된 특성이 있어 ‘천재인 듯하다가도 모자란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몹시 어려운 문제는 풀지만 쉬운 문제는 틀린다. 어려운 과학책은 재밌게 읽지만, 옷을 갈아입는 데는 서툴다. 임기응변적인 주의력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때로 자신이 믿는 것에 고집스럽고 열광적이며 광신적으로 보이곤 한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는 현실을 무시한다. 지나치게 직선적이어서 남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매우 창의적이지만, 무질서해 성과를 내기 힘들 때도 있다. 호기심이 많아 도전적인 걸 좋아하고 지루한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만족을 모르고 평범함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

이런 임기응변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 모두 ADHD인 것은 아니다. 인류의 발전에 족적을 남긴 사람 중에 임기응변적 주의력 특성을 가진 사람이 많았지만, 사회에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혀 낙오자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와 학교, 사회는 무엇을 해줘야 하나.

ADHD와 임기응변적 주의력 특성을 가진 사람은 늘 도전이 필요하다. 지루함보다 도전을 선택한다. 적절한 도전 과제를 제시해 준다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도전 과제를 정확하게 콕 집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강점, 즉 자신이 실제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시작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아이와 함께 앉아서 질문해보자. ①가장 잘하는 것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②가장 좋아하는 것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③그동안 가장 칭찬받았던 성과나 활동은 무엇인가요. ④가장 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⑤다른 사람은 잘한다고 놀라지만 스스로는 당연하다고 느낀 일은 무엇인가요. ⑥자신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요. ⑦정말로 잘 못 하는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나요. ⑧시간을 지금보다 더 생산적으로 쓰도록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무엇을 배려해주면 좋을까요. ⑨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어떤 점을 이해해 줬으며 하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부모는 물론 선생님에게도 알려보자. 아이가 무엇에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지를 교사가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가 관심을 갖고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해 낼 수 있다. 주의력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지루해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아이의 관심사를 학습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면 아이는 이전과 전혀 다르게 학교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칭찬도 받고 더욱 열심히 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아이가 수업에 흥미를 보이고 집중하면 선생님도 수업을 진행하기 수월해진다. 야단보다 인정을 받으면 아이는 자신의 강점을 잃지 않고 단점을 보완해 학창시절을 잘 보낼 수 있다. 문제아 대신 인류 문명을 이끌어 갈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